말러의 망치부터 멘델스존의 태양까지…국내 3대 교향악단 ‘초여름 격돌’

국내 3대 교향악단, ‘5말6초’ 정기공연
KBS향 이혁, 이효 형제와 ‘말러 비극’
서울시향, 슈텐츠·글루즈만과의 재회
국립심포니, 아바도의 ‘초기 낭만’


피아니스트 이혁 이효 형제 [KBS교향악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830년대 초기 낭만주의부터 20세기 모더니즘까지….

5월 말에서 6월 초로 이어지는 이른바 ‘5말6초’ 시즌, 국내 클래식 공연장은 3대 교향악단과 함께 음악적 각축전을 이룬다. KBS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약 일주일의 시차를 두고 일제히 정기공연의 막을 올리면서다.

이번 격돌은 단순한 라인업 대결을 넘어선다. 1830년대 초기 낭만주의의 순수한 서정부터 후기 낭만의 파멸적 비극, 20세기 모더니즘의 팽팽한 긴장감까지 100여 년의 서양 음악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각 악단의 음악적 정체성, 지휘자와의 ‘시간적 서사’, 각기 다른 협연자의 개성이 맞물린 삼색의 음악 축제다.

이혁·이효 형제 협연…말러와의 극적 대조미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쪽은 극적인 대조미를 무기로 내세운 KBS교향악단이다. 오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의 키워드는 ‘운명의 타격’이다. 무대의 정점은 말러의 교향곡 6번 ‘비극적’. 곡의 종결부에서 울려 퍼지는 육중한 ‘망치 타격’을 통해 인간의 힘으로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운명의 붕괴를 소리로 형상화한 대작이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악단의 제8대 음악감독을 지낸 요엘 레비 지휘자 [KBS교향악단 제공]


이번 무대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악단의 제8대 음악감독을 지낸 요엘 레비가 오랜만에 지휘봉을 잡는다. 자타가 공인하는 ‘말러 스페셜리스트’인 그는 지난 2018년 이 악단과 함께 말러 교향곡 9번 실황 음반(DG 발매)을 선보여 평단의 극찬을 끌어냈다.

인기 협연자도 이날 연주를 함께 한다. 프랑스 작곡가 풀랑크가 1932년에 발표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d단조’가 말러의 비극에 앞서 연주된다. 202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3라운드에 나란히 진출하며 세계 클래식계의 눈도장을 찍은 형제 피아니스트 이혁과 이효다. 1부의 재기발랄하고 위트 넘치는 신고전주의 선율이 말러의 거대하고 어두운 후기 낭만주의 사운드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시간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글루즈만 [Marco Borggreve 제공]


바딤 글루즈만과 7년 만의 재회…슈텐츠의 귀환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오랜 시간 축적된 ‘음악적 유대’와 ‘재회’를 테마로 영리한 승부수를 던졌다. KBS 교향악단과의 같은 날인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시작해 29일 예술의전당으로 공연이 이어진다.

이번 공연에선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시향의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하며 단원들과 깊은 호흡을 맞췄던 마르쿠스 슈텐츠가 오랜만에 돌아오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글루즈만이 7년 만에 서울시향 무대에 협연자로 만난다.

마르쿠스 슈텐츠 [서울시향 제공]


1부를 장식할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른바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다. 바이올린이 오케스트라를 압도하는 독주곡이라기보다 양자가 대등하게 숨 쉬는 ‘교향악적 협주곡’의 교과서다. 글루즈만 역시 이번 무대를 앞두고 “연주자는 자신이 놀랍도록 정교하게 구성된 소리의 일부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브람스 협주곡은 벽에 걸려 있지 않을 뿐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2부에선 슈텐츠의 정교한 리더십 아래 20세기 영국 모더니즘 교향곡의 이정표인 월턴의 교향곡 1번이 연주된다. 국내 무대에서 자주 접하기 힘든 이 걸작은 현대 사회의 불안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날 선 긴장감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로베르토 아바도를 8대 음악감독으로 맞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11일 이탈리아 음악으로 신년 음악회를 꾸민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아바도 음악감독의 세 번째 연주…초기 낭만주의로 향하는 국심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6월 5일 예술의전당에서 초기 낭만주의의 가장 투명하고 순수한 시절을 복원한다. 슈만의 초기 교향곡 습작인 ‘츠비카우’, 낭만적 피아니즘의 정수인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그리고 이탈리아의 태양을 머금은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영민한 프로그램이다.

지휘봉은 로베르토 아바도 음악감독이 잡는다. 전설적인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이자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 미학에 정통한 그는 오케스트라로 시를 쓰는 ‘음악의 명장’이다. 곡 고유의 숨결을 살려내는 아바도 특유의 ‘칸타빌레(노래하듯)’ 접근법은 초기 낭만주의 작품들이 가진 유려한 선율미를 여과 없이 길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2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이후 프랑스 출신의 차세대 거장으로 우뚝 선 조나탕 푸르넬이 쇼팽 협협자로 가세한다. 2024년 발매한 음반으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클래식 전문지 ‘클라시카’의 ‘쇼크(Choc)’를 수상한 그의 타건은 이번 무대의 가장 신선한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