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대출, 김병주도 보증해야” MBK-메리츠 정면 충돌

메리츠 “무책임하고 수용 불가한 제안”
깊어진 불신·담보 가치 하락 판단에
‘MBK·김병주 보증’ 브릿지론 조건 고수
홈플 “노력 폄훼 말라…메리츠도 혜택”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이 긴급운영자금 대출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홈플러스 직원들은 두 달째 임금을 받지 못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는 10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추가로 대출해 달라는 홈플러스의 요청에 ‘MBK 및 김병주 MBK 회장의 연대 보증’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앞서 신탁 부동산의 후순위 수익권에 대한 질권 설정을 연대 보증의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러다 지난 21일 입장문을 통해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대표의 연대 보증을 수용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홈플러스는 “금일은 홈플러스의 5월 급여일이지만, 4월 급여의 일부만을 지급하였을 뿐이고 상품공급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자금은 회사 정상화를 통해 채권자들의 채권회수율을 높이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메리츠는 강경했다. 메리츠 측은 “이행 보증의 주체로 대주주 MBK가 아닌 홈플러스 기업회생 관리인인 김광일 부회장만 내세운 것은 MBK와 김병주 회장이 전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무책임하고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BK와 김병주 회장의 이행 보증은 배임 방지, 주주 설득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MBK의 통제 가능 범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MBK는 그간 홈플러스 경영 악화에 모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에게 책임과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며 “홈플러스 사태를 넘어 시장 질서를 심각히 저해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홈플러스 면목점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업계에서는 MBK에 대한 메리츠의 불신이 이번 갈등의 실질적인 원인이란 평가가 나온다. MBK가 홈플러스 회생보다 청산에 더 무게를 두고, 외부 자금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는 보는 시각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절차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점도 불신을 키우는 지점이다. 메리츠는 앞서 홈플러스에 부동산을 담보로 1조원대 자금을 빌려준 바 있다.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치에 대한 시각차도 존재한다. 메리츠는 당시 4조원대 가치로 평가받았던 홈플러스 부동산의 현재 가치가 1조5000억~1조6000억원까지 하락했다고 보고 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과 김중현 메리츠화재·김종민 메리츠증권 사장 등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홈플러스 문제 해결 태스크포스(TF) 소속 일부 국회의원과 진행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부 판단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는 추가 입장문을 내고 메리츠를 향해 “홈플러스와 그 관리인의 노력을 폄훼하지 말아 달라”고 날을 세웠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영업양도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홈플러스 관리인이 집행하는 절차”라며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가 통제할 여지는 없다”고 했다.

또 “이번 대출의 혜택은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 그룹에도 돌아간다”며 “홈플러스의 파산이 아닌 정상화를 통한 채권회수에 동의하고 있는 메리츠로서는 홈플러스의 회생계속과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은 배임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