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뚜껑도 못 딴다”…기적의 비만 치료제에 숨겨진 부작용

급격한 근육 손실에 무기력·피로 호소 잇따라
“근력운동 필수…급격한 근손실은 고령층 부상 위험 높여”

 

오젬픽 GLP-1 자가 주사 장치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오젬픽·마운자로·젭바운드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급격한 근육 손실과 노쇠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체중 감량 효과는 뛰어나지만 지방과 함께 근육까지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에, 피로감과 무기력, 신체 기능 저하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비만율 감소와 식품 소비 축소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일부 복용자는 체지방과 함께 최대 10% 수준의 제지방(체중에서 지방 성분을 제외한 나머지 조직의 무게를 뜻하는 것으로 근육, 뼈, 장기 등이 포함됨) 손실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10년 이상 노화한 것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샤넬 로빈슨은 마운자로 복용 후 약 45kg 가까이 감량에 성공했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 범위로 돌아왔고 다낭성난소증후군 증상도 완화됐다.

하지만 약 복용 3년차가 되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로빈슨은 “매일 근육 피로감을 느끼고 몸이 약해졌으며, 자주 추위를 느낀다”며 “병뚜껑 하나 여는 것도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다이어트 과정에서도 근육 감소는 나타나지만 GLP-1 약물은 단기간에 체중이 급격히 줄면서 노쇠화와 균형감각 저하, 신체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근육량 감소로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체중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호주대학의 대니얼 그린 연구원은 “우리는 비만을 치료하면서 동시에 노쇠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에는 체중이 빠지고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 같지만 이후 상당수가 무기력과 피로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린 연구팀은 규칙적인 근력운동이 근육 감소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는 “약 상자에 ‘반드시 근력운동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고 적혀 있어야 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제약사들은 비만 치료제가 식이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는 장기 치료 계획 아래 의사 지시에 따라 사용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젭바운드 제조사 일라이릴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지침에도 “신체 활동 증가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 덴버에 거주하는 레이나 킹스턴도 젭바운드 주사를 맞은 다음날 극심한 피로감 때문에 기본적인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쇠약해져서 다른 사람이 침대까지 식사를 가져다줘야 했다”고 말했다.

킹스턴은 담당 의사로부터 근력운동이나 근육 유지와 관련된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그는 약 복용 두 달 만에 치료를 중단했다.

실내 체육관에서 짐볼을 이용해 운동을 하는 여성의 모습. 전문가들은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무기력이나 피로 등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3RF]

전문가들은 특히 50세 이상 고령층이나 골다공증·운동장애 환자의 경우 급격한 근육 감소가 부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유타대학의 가쓰 후나이 교수는 “근육 손실은 이동 능력과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규제당국에서는 GLP-1 약물을 단기간 체중 감량을 위한 ‘빠른 해결책’처럼 사용하는 데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GLP-1 복용 중단 후 체중은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감량한 사람보다 최대 4배 빠르게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한 체중 대부분은 지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