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우려 커지자 수요를 줄였다…160달러도 넘었던 유가의 반전

160달러 뚫었던 국제유가 100달러선으로 하락
중국 정유사 재고 방출·가동 축소로 ‘수요 파괴’ 현실화
미국 전략비축유 방출·수출 확대도 영향
“재고 바닥나면 다시 급등” 우려는 여전

 

[Adobe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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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도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안정세를 보이면서 시장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원유 수입 감소와 미국의 대규모 원유 수출 확대가 공급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현물 원유 가격은 배럴당 16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100~11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봉쇄 지속 시 원유시장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실제로는 수요 감소와 재고 방출이 가격 상승 압력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전세계 에너지 공급의 약 20%가 지나던 핵심 해상 통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중동 주요 산유국 공급 물량 약 1400만배럴이 시장에서 사실상 차질을 빚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유사들이 정제 가동률을 크게 낮추고 원유 수입 대신 비축유를 활용하면서 글로벌 수요 자체가 감소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 정유사들의 원유 처리량은 전쟁 이전 대비 약 20% 감소한 하루 840만배럴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의 해상 원유 순수입량도 지난 8일까지 30일 기준 하루 850만배럴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50만배럴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원유 수요의 약 5.5% 규모다.

특히 중국 정유사들은 장기 계약으로 확보했던 원유 화물을 다른 국가 정유사들에 되팔기도 했다. 중국 내 연료 수요 둔화와 고유가 상황이 맞물리면서 재판매 차익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시아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글로벌 정제 능력의 37%를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의 원유 수입은 지난달 10년만에 최저 수준까지 감소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에 따르면 아시아 원유 처리량은 3월 대비 5.6% 감소한 하루 2870만배럴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원유 재고가 3~4월 두달 동안 총 2억4600만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정유사들이 비싼 현물 구매 대신 기존 재고를 우선 소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지 딕스 에너지애스펙츠 애널리스트는 “누구도 비싼 가격으로 신규 구매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모두가 상황 개선을 기다리고 있지만 결국 재고는 바닥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 억제에는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과 원유 수출 확대도 한 몫 했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SPR에서 총 1억3300만배럴을 방출했다. 미국의 원유·연료 수출은 이달 초 하루 1300만배럴 수준까지 증가해 지난 3월의 1120만배럴보다 크게 늘었다.

미국 대표 원유 수출 가격도 빠르게 안정됐다. 미국 퍼미안 원유의 휴스턴 터미널 프리미엄은 지난달 초 배럴당 17.5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재 유가 안정세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알도 스판저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는 “정유사들은 결국 연료 공급 유지를 위해 원유 구매를 재개해야 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몇달 내 재개되지 않으면 가격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아디 임시로비치 선임연구원은 “시장은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여줬지만 결국 재고를 소진하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가 나오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