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장·조계종 호계원장 등 역임
“자신에게 잘잤나, 사랑한다 얘기해봤나”
“스스로 안부, 마음평화 위한 수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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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토사 보광스님이 21일 경기도 성남시 소재 정토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남=임세준 기자 |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부처님은 이 세상에 오시면서 ‘하늘 위에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다. 세상의 고통을 내가 평안하게 해주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먼저 나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24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교계의 큰 어른인 정토사 회주 보광스님을 21일 경기도 성남시 정토사에서 만났다. 동국대학교 총장, 대한불교조계종 호계원장, 대각회 이사장 등을 지낸 스님은 불안과 갈등이 넘쳐나는 세계에서 화합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먼저 자신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이 평안하지 못하면 가정에 문제가 생기고, 위정자가 그러면 세계에 문제가 생깁니다. 힘을 가진 사람일수록 마음 평안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세상이 화합되지 않습니다.”
현대인들의 우울증과 자살률이 늘어나고 번아웃이 오는 현상도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보광스님은 “‘OO아 사랑한다. OO아 잘 잤나’고 물어본 적이 있는가. 다른 사람에게는 묻는데 자기에게는 한 번도 안 묻는다. 자아 상실이다”며 “주관적 자아는 잊어버리고 객관적 자아만 갖고 남에게 어떻게 잘 보일까, 위로해 줄까만 생각한다. 자기를 다독거리지 않기 때문에 우울하고 공허해진다”고 짚었다.
보광스님은 “사람마다 다 유아독존적 특성이 있고 자기에 맞는 기질이 있기에 그걸 찾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자기에게 안부를 묻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수행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스님이 기거하는 정토사도 미술관처럼 아름다운 공간으로 꾸며 앉았다만 가도 힐링될 수 있도록 했다.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해 신도가 아니어도 들렀다 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한 번도 절에 나오라 권하지 않고, 자유롭게 올 수 있도록 했다. 템플스테이도 인기가 높은데, 특히 젊은 층이 많이 찾는다.
그러면서도 절의 기반은 탄탄하다. 1만일 동안 기도하는 수행 공동체 ‘만일염불결사회’의 회원이 2000명에 달한다. 매일 108배, 1000번 이상의 염불, 100원 이상의 보시를 하는 수행이다. 오는 6월 6일이 26주년이며, 내년에 1만일이 끝난다.
스님은 기술과 변화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1인 크리에이터다. 정토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촬영부터 편집까지 혼자 다 한다”며 “홈페이지도 얼마 전 누적 조회수 50만을 넘었다”고 말했다. 동국대 교수 시절엔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를 만들어 불교 경전을 전산화하고 아카이브를 만들기도 했다.
인공지능(AI) 시대나 불교가 로봇 스님을 연등회에 등장시킨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봤다.
“불교는 경전을 보면 이미 극락세계에 AI가 있습니다. 불설아미타경에 새들이 노래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새는 축생(동물)인데 어떻게 극락세계에 있을 수 있느냐 의문을 가지니 부처님이 ‘내가 화현(化現)으로 만들었다’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볼 때) 화현은 아바타이면서 부처님이 만든 AI이지 않을까요. 불교는 연기론에 기반하기 때문에 뭐든지 인연 따라 하면 다 되고, 포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불교가 ‘힙한 불교’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에 대해선 “불교는 테두리에 갇혀 있지 않다”며 “사찰은 고요해 보이지만 가장 진취적 변화를 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불교가 힙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템플스테이, 사찰음식 등 한국 불교에 관심을 갖는 비결은 특색 있는 전통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 불교는 여름 3개월, 겨울 3개월 동안 전국 스님의 20% 이상이 정기적 수행에 들어간다. 이같은 대승불교의 특색이 외국은 사라졌는데 우리나라는 그대로 남아 있다”며 “하루 10시간씩 앉아서 자기 성찰을 하는 스님이 2000명이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이것이 맑은 공기처럼 정신적 맑음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1500년 동안 절이나 문화유산 같은 종교 자산을 한 공동체가 지키고 있는 곳도 불교밖에 없다는 점도 불교의 특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조계종과 관련한 모든 것은 개인이 아닌 종단 소속이다. 그는 “불교가 1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국보 및 보물의 70%를 종단이 보유하고 있다”며 “전통적 의식주를 간직하며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를 지키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에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강조하고 있는 ‘선명상’에 대해선 “선명상은 간화선에 들어가는 시작”이라며 “사람들이 불교, 선,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총무원장 스님이 참으로 잘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국대 교수 시절 법난이 일어난 후 학교에 채플을 만들어 예불하도록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보광스님은 차라리 일주일에 1시간씩 명상하는 과목을 만들자고 했다. 스님은 “명상은 자기를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습관을 들이면 1분만 사더라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신입생들이 명상 과목을 1년 하더니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스님은 개인과 세계의 평화를 축원했다.
“나를 돌이켜보고 자신에게 충실하면 세상이 다 평화로워집니다. 원효대사의 화쟁 사상은 다름을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남 탓하지 말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이 퍼지면 화합으로 갈 수 있어요. 마음이 평안하고 인류가 화합할 수 있는 부처님오신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