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군·방사청 군납장비 ‘짝퉁 납품’ 방산업체·임직원 검찰 송치

방산업체, 타사 기술 빼돌려 수십억대 불법 짝퉁장비 국가기관에 납품
W사와 대표, 임직원 등 3명 업무상배임 및 저작권법 위반 혐의
검찰, 기술 빼돌린 전직 기술직원에 징역 5년 구형
불법 혐의 업체 대표가 관할 검찰청 유관단체장 맡고 있어 공분
피해업체 “K-방산 신뢰 훼손, 부적격 방산업체 지정 취소해야”

피해업체 L사가 개발한 해상 조난자 위치식별시스템 개념도. [L사 제공]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해군과 방위사업청 발주 사업에 납품된 해상 인명구조장비가 타사 기술을 빼돌려 제작된 ‘불법 복제품’이라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인천 소재 L사가 독자 개발한 해상 인명구조장비 생산기술을 무단 활용해 국가기관에 복제품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경기도 김포 소재 방산 법인업체 W사와 대표, 임직원 등 3명을 업무상배임 및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와 지난달 각각 검찰에 송치했다.

2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해 보면, W사는 과거 피해업체 L사의 협력업체였고 2019년 L사에서 근무했던 기술직 직원 K씨를 채용했다.

이후 K씨가 넘긴 기술자료를 토대로 W사는 2020년부터 수십억원 상당의 복제품 장비를 제작해 해군 및 방위사업청 함정 건조사업 등에 납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관련기사 2024년 7월 28일 본보 ‘[단독]해상 인명구조용 군납장비 불법 복제품 판매 의혹’ 보도>

핵심 피의자인 전직 직원 K씨의 업무상배임 사건은 현재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청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오는 29일 예정돼 있다.

피해업체 L사 측은 이번 사건을 단순 기술유출이 아닌 ‘군납 비리 사건’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피해업체 관계자는 “해당 장비는 SOS 발신기와 수신기, 관제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고난도 시스템 장비”라며 “원천기술 없이 복제한 제품은 업그레이드와 정밀 튜닝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품질 차이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수십억원 규모의 저성능 불법 복제품이 국가기관에 납품된 셈”이라며 “이는 K-방산의 신뢰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K-방산 세계 4강’을 목표로 방위산업 육성에 나선 상황에서 부실·불법 장비 납품이 해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사 측은 “방산업체가 불법 복제품을 군에 납품했다면 이는 방산업체 지정 취소 사유에도 해당할 수 있다”며 “불법 장비 철거와 함께 관계기관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복제품 제조·판매 혐의를 받는 W사 대표 L씨가 현재 사건 관할 검찰청 산하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가해업체 L씨는 지역 상공회의소장을 지낸 공로로 지난 2020년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L사 측은 “범죄 혐의를 받는 기업 대표가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청의 유관단체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검찰과의 연줄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지원에 앞장서야 할 상공회의소장 출신 인사가 오히려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정부 역시 상훈 수여 적정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업체 L사 측은 향후 방산업체 지정 취소, 불법 장비 철거, 상훈 취소 요구 등 추가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