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부터 대통령까지...삼전 합의 ‘숨은 주역’된 정부

대통령, 20일 국무회의서 공개 메시지
총리 ‘긴급조정권’ 경고·노동장관 막판 중재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사진 왼쪽부타)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이 막판 극적 합의에 이른 데에는 정부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전방위 중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사 간 사후조정이 결렬되며 총파업 우려가 커졌지만, 중노위의 쟁점 조율과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가 마지막 타협을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잇달아 메시지를 내며 협상 타결을 압박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사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며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은 20일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됐을 때만 해도 노조가 예고했던 21일 총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

분위기를 전환의 계기가 된 건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20일 오전 중노위 2차 사후조정 결렬 직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금 일부 노동조합이 단결권·단체행동권을 통해 단체교섭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데 거기에도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경우 위험과 손실을 부담했으니 당연히 이익을 나눠 갖는 권한을 갖는다. 영업이익을 배분받는 건 투자자와 주주”라며 “투자자도 세금을 떼고 배당을 받지 않나.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노조 요구에 선을 그으며 총파업 자제를 압박한 셈이다.

대통령 발언 직후 김영훈 장관은 오후 4시 25분 경기지방고용노동청으로 노사를 다시 불러 직접 중재에 나섰다. 김 장관은 예정됐던 국무회의 일정까지 조정하며 약 6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최대 난관은 성과급 재원의 배분 방식이었다. 노조는 적자 사업부까지 포함한 전사 차원의 배분을 요구했고, 사측은 성과를 낸 사업부 중심 지급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20일 교섭에서 노사가 제도화와 연계한 배분 비율에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김 장관은 잠정 합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회사 입장에서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지만 예외 없는 원칙은 없었다”며 “노조 역시 나름의 사정이 있었지만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하며 해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이유는 공동 과제를 해결하는 대화의 힘을 믿기 때문”이라며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을 강조했다.

정부의 ‘투트랙 전략’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편으로는 대화를 통한 자율 타결을 유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긴급조정권 가능성을 거론하며 총파업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 차질이 국가 경제와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정부가 강경 대응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는 중노위의 역할도 컸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마지막 2차 사후조정에 직접 조정위원으로 참여해 양측 입장을 청취하고 핵심 쟁점 조율에 나섰다. 통상 위원장이 아닌 공익위원이 조정에 참여하지만, 이번에는 박 위원장이 직접 조정안을 제시하며 협상 타결에 공을 들였다

노사 양측은 핵심 쟁점을 제외한 상당 부분에서 의견 접근을 이뤘고, 중노위가 남은 쟁점의 간극을 좁히면서 결국 잠정 합의안 도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