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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 해협.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123RF] |
브렌트유 하루 5.6% 하락에도 나프타 가격 전년 대비 50%대 높아
PVC·도료용 수지·용제·포장재·운임 부담, 건자재·페인트 원가 압박 지속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됐던 한국 유조선 1척이 해협을 빠져나왔다. 꽉 막혔던 해협의 통항이 부분 재개되면서 원유공급 정상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이 ‘마지막 단계(final stage)’라고 밝혔다.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관건은 석달 가까이 누적된 피해다. 원유 운반 시간, 원자재 조달 시간 등까지를 고려하면 여전히 풀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지적이다.
2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5월 20일 사이 중동전쟁 관련 중소기업 피해·애로 접수 건수는 총 834건이었다. 이는 전주보다 35건 늘어난 수치다. 전체 접수 가운데 실제 피해·애로는 628건으로 전주 대비 24건 증가했다. 피해 우려는 135건으로 10건 늘었다. 피해·애로 유형별로는 운송차질이 276건으로 전체 피해·애로의 43.9%를 차지했다. 물류비 상승은 230건(36.6%), 계약 취소·보류는 206건(32.8%)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피해·애로가 접수되고 있다. 국가가 확인된 접수 건수 기준으로 중동 국가는 564건으로 73.9%를 차지했다. 중동 외 국가는 258건으로 33.8%였다. 이란 관련 접수는 95건, 이스라엘 관련 접수는 90건, UAE·사우디아라비아 등 기타 중동국가 관련 접수는 467건이었다. 국가별 집계는 중복 접수가 포함됐다. 한 식료품 제조업체는 포장재 단가가 약 15~20% 상승했고, 공급도 1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고 신고했다.
그나마 위로 되는 지점은 문제 해소 가능성이 지난 밤 사이 커졌다는 점이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원유 600만배럴을 실은 초대형 유조선 3척이 20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아시아로 향했다. 이 가운데 한국 국적 초대형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는 쿠웨이트산 원유 200만배럴을 싣고 울산으로 이동 중이다. 울산 도착 시점은 6월 9일께로 전망된다. 해당 선박은 이란이 제시한 통항로를 따라 이동했으며, 선박 안전을 위해 이란을 포함한 유관국과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마지막 단계’에 있다는 언급은 국제 유가를 하락시켰다. 브렌트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당일 하루만에 배럴당 105.02달러로 5.63%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98.26달러로 5.66% 떨어졌다. 이란 외무부도 주변 연안국과 안전 통항 프로토콜을 마련할 준비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완전한 정상화 까지는 갈길이 멀다. 로이터는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하루 125~140척의 선박이 통과했지만, 최근 통항량은 하루 10척 안팎이라고 전했다.
제조업 현장에선 유가 하락보다 원료 조달 시차가 더 관건이다. 한국행 유조선이 호르무즈를 빠져나와도 국내 도착과 하역, 정제, 나프타 생산, 석유화학 제품 제조, 가공업체 납품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원유 가격이 하루 만에 떨어졌다고 해서 PVC 창호, 바닥재, 단열재, 도료, 접착제, 포장재 등의 원가가 곧바로 내려가지 않는 구조다. 특히 건자재·페인트 업계는 원유에서 파생되는 나프타 계열 원료와 밀접하다. PVC 창호와 바닥재, 벽지, 단열재, 인조대리석, 데코필름 등은 합성수지와 첨가제 가격 영향을 받는다.
나프타 가격도 하락은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20일 톤당 843.61달러로 전일 대비 7.08% 하락했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53.98% 높은 수준이다. 유가 하락이 나프타 가격에 일부 반영되기 시작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한 원가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물류비도 아직 하락세로 단정하기 어렵다. 드루리 세계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 14일 기준 40피트 컨테이너당 2553달러로 전주보다 12% 상승했다. 상하이~로테르담, 상하이~제노바 등 아시아~유럽 항로 운임도 상승했다. 건자재와 가구, 농기계 업체들이 쓰는 원부자재와 완제품 운송비 부담이 당장 낮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벌크 운임도 여전히 높다. 발틱운임지수는 지난 20일 3005포인트로 전일 대비 1.60% 하락했지만, 1년 전보다는 여전히 124% 높다. 시멘트 원료, 석탄, 철강재, 목재류 등 벌크성 원자재를 쓰는 업종에는 운임 고가권이 원가 부담으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유가 하락이 제품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최소 수주 이상의 시차가 필요하다고 본다. 기존에 고가로 확보한 원재료 재고가 소진돼야 하고, 신규 원료 도입 가격이 낮아진 뒤에도 제품 제조와 유통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통항 재개가 확대되더라도 보험료, 선복 확보, 항로 혼잡, 대체 항만 이용 비용 등은 후행적으로 남을 수 있다.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여전히 원자재 가격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관건은 5월과 6월이 1년중 날씨로 인해 가장 성수기라는 점이다. 제 때 물량이 공급이 안되면 성수기를 놓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빠른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