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현상 ‘응급실 뺑뺑이’ 이젠 끊어야 한다 [대전환 준비하는 대구·경북-김병진의 세상보기]


5월 초 충북 청주의 한 산모가 응급 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 헬기로 부산까지 이송됐으나 태아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비슷한 사례가 석 달 전에도 있었다. 지난 2월 대구의 한 호텔에 머물던 임신 28주 차 쌍둥이 임신부가 조산 증세를 보이자 구급대는 대구 권역모자의료센터 등 7곳에 연락을 취했으나 신생아 수용 병실 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거절됐다.

이에 임산부는 구급차 안에서 약 1시간을 기다린 뒤 남편 차량으로 경기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해 응급 제왕절개로 생명을 건졌으나 쌍둥이 중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출생 직후 숨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당시에 겪었을 임산부 및 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내 일처럼 생생히 실감이 난다. 필자도 상황은 다르지만 ‘응급실 뺑뺑이’를 조금이나마 경험했기 때문이다.

일요일 새벽 시간대로 기억한다. 지난달 2월 초 어느날 심한 복통으로 119 차량에 탑승했으나 당시 구급대원의 내방 할 병원 수소문 전화를 들으며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수차례 통화 후 다행히 병원을 배정(?) 받을 수 있었다. 이러다 갈 병원이 없어서 ‘대구가 아닌 부산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최근 발생한 이같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고는 단순한 의료 공백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역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가 낳은 예견된 비극이다. 환자는 위급했고 시간은 촉박했지만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끝내 골든타임을 놓쳤다.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응급의료 자원의 ‘절대 부족’이 아니라 ‘비효율적 배분’과 ‘책임 회피 구조’다. 대형 병원은 과밀화돼 있고 중소병원은 인력과 시설 부족을 이유로 응급환자를 기피한다. 여기에 의료진 부족, 특히 필수과목 전문의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응급의료 체계는 사실상 한계점에 도달했다.

해결책은 단편적 처방이 아니라 구조적 개편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응급환자 수용 의무제’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도 권고 수준의 지침은 존재하지만 이를 강제할 장치는 부족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는 응급환자 수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강력한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부과해야 한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병원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또 실시간 병상·인력 정보 공유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 지금의 시스템은 현장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구급대가 환자를 태운 채 병원을 수소문하는 ‘전화 돌리기’ 방식은 시대착오적이다.

AI 기반 통합 플랫폼을 통해 병상, 수술 가능 여부, 전문의 대기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 불필요한 이동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지역 내 ‘응급의료 책임권역’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특정 병원에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를 깨고 권역별로 책임 병원을 지정해 응급환자를 분산 수용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 구역 나누기가 아니라 인력·장비·재정 지원이 함께 이뤄지는 실질적 책임 체계여야 한다.

더불어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응급의학과, 외상외과, 소아과 등 기피 분야에 대한 보상 체계를 대폭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공의료 인력 양성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사명감’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이와함께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응급의료는 지역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가 책임 영역이다. 재정 지원, 제도 설계는 중앙정부가 맡고 운영과 관리 감독은 지자체가 책임지는 이원화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응급실 뺑뺑이’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다. 제도는 이미 경고를 보내고 있었고 우리는 이를 외면해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중심에 둔 과감한 구조 개혁이다.

‘응급실 뺑뺑이’ 이제는 끊어야 한다. 사람의 생명 앞에서 ‘받아줄 병원이 없다’는 말은 더 이상 변명이 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