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 산불 400여일…“그래도 희망, 싹이 자란다”

작년 3월 안동·청송·영양·영덕
정부 특별 재난지역 선포된 이후
삶의 터전 되찾으려 복구 진행중

1년여 지나도 ‘아물지 않는 상처’
경북도, 경제활력 ‘혁신적 재창조’
생계·복구비 지원, PTSD 치유도


경북 안동시가 지난해 3월 발생한 초대형 산불의 상처를 딛고 최근 복구와 재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안동시 제공]


지난해 3월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경북 북동부권인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4개 시·군으로 급속히 번지면서 수 십명의 인명이 목숨을 잃는 등 일주일여간 큰 아픈 생채기를 남겼다.

이들 지역은 당시 수많은 산림과 수천채의 주택등이 불에 탄 가운데 정부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지난 1월 29일에는 국회에서 전국 최초로 산불특별법이 제정됐다.

지난 9~10일 양일간에 결쳐 산불의 피해 지역에 속하는 안동 의성 청송 영덕 등을 방문해 살펴보니 아픔은 계속 진행, 1년 2개월여간의 시간이 흘렀으나 산천은 새로나온 푸르름과 검은 그을림이 공존하며 시간이 시나브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 곳들은 산불 발생이 한참 지났지만 잃어버린 삶의 터전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복구의 움직임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여기에 지역 주민들은 올 여름철 장마와 집중호우 때 산불 피해지에서 쏟아져 내릴 토사 유출 등 또 다른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곳곳에 불에 탄 나무는 그대로 남아 있는 가운데 매캐한 그을음이 얼마나 지독한지 지금도 코끝이 아릴 정도다. 큰 산불로 온통 생채기가 났던 경북북부 지역 주민들의 현장의 움직임 등 살아가는 모습을을 가감없이 옮긴다.

▶“시간이 빨리 흘러 갔으면”= 당시 감당할 수 없는 화마가 덮치고 지나간 안동 임하면·일직면, 청송군 파천면·청송읍, 영덕군 지품면·영덕읍 등 주민들은 지금도 아파하고 있다.

안동 임하면의 한 주민 A(60대)씨는 “한 평생 그런 난리는 없었다”며 “지금도 선하다. 당시 산불이 미쳐 손쓸 틈도 없이 집으로 옮겨붙어 완전히 타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잊어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며 말문을 겨우 열었다.

이어 “1년여가 지나 이제 상처가 아물만도 한데 잊혀지지 않는다. 올해 여름 날씨가 유난히 덥다고 하는데 걱정”이라며 “화재 당시 경운기 등 농기계가 다 타버려 농사짓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올해도 별 변화가 없어 한숨만 나온다”고 힘겨움을 토로했다.

청송군 파천면에 거주하는 70대 농민 B씨는 “산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 무엇보다도 올해도 수해 대책도 세우기 전에 벌써부터 장마철이 다가올까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의성군 단촌면에서 과수원 농사를 짓고 있는 50대 C씨는 “농사를 짓는 것은 정년이 없는 직업”이라며 “올해 초 어린 과수 묘목 마무를 심었다. 몇해가 지나야만 과일이 열리기 때문에 하루 하루 어린 묘목을 보며 위안을 삼고 있다. 어떤때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볼때도 많다”고 현재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영덕읍의 70대 한 여성 주민은 “아직도 그때의 화재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며 “외상후 스트레스로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루 빨리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며 “그래도 5월 신록의 계절 푸르름 등 희망의 싹이 자란 것을 보니 마음의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영덕읍의 또 다른 한 주민 D씨도 “처음에는 그을음 등 주위의 탄 냄새를 매일 맡으며 살아야 하는 것이 고통이었는데 처음보다 많이 희석돼 살만하다. 그래도 완전히 냄새가 없어질때까지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봄을 느낄 여력이 없이 5월로 들어서면서 들판에는 모종들이 쑥쑥 커가고 풀 냄새도 나 희망이 보인다”며 “부정적이 아닌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경북도, 경북산불 피해복구 넘어 ‘재창조’에 매진=20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 초대형 산불로 주택 3819동이 소실되면서 3323가구, 549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도는 피해 지역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복구’차원을 넘어 구조적으로 혁신해 새로운 경제 활력을 창출하는 ‘재창조’에 매진하고 있다.

경북도는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8310억원의 복구 예산을 확보하고 주거 안정과 생계 회복에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이재민을 위해 2624동의 임시조립주택을 신속히 공급했다.

중앙정부와 협의해 주택 보상금을 현실화해 월 최대 40만원 전기료 감면 등 체감형 복지 지원도 병행했다. 기존 제도에서 소외된 임업인과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해 ‘송이 채취 임가’에 생계비를 지원해 보상 사각지대를 해소했다.

또 소상공인에게 별도의 영업지원금을 지급했으며 지난해 11월 재난안전법 개정을 통해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농가와 중소기업의 생계비 및 복구비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900억원 이상의 긴급 금융지원으로 자금난 해소를 도왔으며 2만건 이상의 심리 상담으로 PTSD(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유에도 힘썼다.

국무총리 소속 피해지원 및 재건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 구성에 지역 추천 인사를 반영해 지역 의견을 정책에 반영했다. 추가 지원 신청을 2027년 1월까지 접수하며 현재 약 1만4000건이 접수됐다.

5월부터 위원회의 본격적인 조사와 심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산림경영특구 지정으로 ‘소득형 산림’ 모델을 도입했다. 민간투자 유치와 관광·레저·스마트농업 기반 조성으로 지역 재건을 추진 중이다.

황명석 경북지사 권한대행은 “도는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복구가 아니라 산불을 계기로 지역의 산업과 정주 여건을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하는 ‘혁신적 재창조’를 완성하겠다”며 “산불 피해지가 대한민국 산림 경제의 중심지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직접 발로 뛰며 챙기겠다”고 말했다. 안동=김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