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토 전시지원 축소키로…나토 “지장 없다”

위기 상황 즉시 투입 가능한 병력 규모 줄이기로
핵우산 유지 속 재래식 전력은 유럽 책임 강화
나토 사령관 “주독미군 감축돼도 유럽 방위 문제없어”
폴란드 여단 배치 취소에 동유럽 안보 불안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연회장 공사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A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전시·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제공할 군사 지원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미국이 나토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거나 주독미군을 철수하기로 하는 등 나토의 공동 방어 체계에 균열이 감지되는 가운데, 나토 최고사령관은 “미군 감축이 유럽 방위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안을 불식시켰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나토 ‘전력 모델(NATO Force Model)’ 내 미국의 기여 규모를 대폭 축소하기로 하고, 오는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국방정책 책임자 회의에서 관련 방침을 공식 전달할 예정이다.

나토 전력 모델은 전쟁이나 회원국 공격 등 위기 상황 발생 시 신속 투입 가능한 병력과 군사자산을 회원국들이 사전에 지정해두는 체계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들에 제공 가능한 전력 풀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유럽 국가들이 미국 안보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유럽 스스로 대륙 방위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핵우산 제공은 유지하되 재래식 전력 분야에서는 유럽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나토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주독미군 감축을 결정하는 등 공동 안보체계 구성에서 책임을 경감하려는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이 같은 움직임이 나토의 지역 방위 정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군 수뇌부 회의에서 그린케위치 최고사령관은 “주독미군 감축이 나토 지역 방위 계획 수행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미 공군 대장인 그는 “유럽 내 동맹국들의 군사 역량이 강화되면서 미군은 유럽 주둔 규모를 줄이고 동맹국들이 아직 보유하지 못한 핵심 능력만 제공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수년간 유럽 군대의 역량 강화에 따라 미군 재배치가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1일 독일 주둔 미군 약 5000명을 6~12개월 안에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어떤 부대를 어디로 이동시킬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우크라이나와, 친(親)러 국가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독일에서 철수하는 미군 일부가 자국으로 재배치되거나 기존 순환배치 병력이 상시 주둔 병력으로 전환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오히려 예정됐던 4000명 규모의 미 육군 여단 배치가 취소되는 등 유럽 내 주둔 미군 규모를 감축하는 움직임만 이어지고 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이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통화한 뒤 “유럽 내 미군 재배치는 진행 중이지만 폴란드 내 미군 전력을 줄인다는 결정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헤그세스 장관이 “폴란드는 모범적 동맹국이며 미국을 전적으로 믿어도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폴란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약 5%에 달해 나토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동안 폴란드를 유럽 안보비용 분담의 모범 사례로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다만 유럽 내에서는 미국의 안보 공약 약화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장기적으로 나토 개입을 줄이고 사실상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통제 주장과 이란 전쟁을 비판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대서양 동맹 내부 긴장이 확대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