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챕터 연 제베원 “틀어지지 않는 이상, 끝까지” [인터뷰]

제로베이스원 5인 체제로 출발
엠넷 ‘보이즈 플래닛’ 출신 그룹
미니 6집 ‘어센드-’로 도약 준비


5인 체제로 다시 출발한 제로베이스원 [웨이크원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5명이면 숨을 곳이 없어요. 무조건 다 보여요.”

군무의 빈틈, 감정의 흔들림, 시선의 변화까지…. 9명이던 그룹이 5명으로 줄자, 무대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게 됐다. 누군가에겐 ‘리스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제로베이스원에겐 ‘자발적 선택’이었다.

2023년 7월 Mnet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태어난 제로베이스원은 일명 ‘선출직 아이돌’이다. 전 세계 184개국 팬들의 투표로 태어난 그룹이다. 그룹 결성 과정의 성장 서사를 모두가 지켜본 덕에 데뷔와 동시에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이들은 애초에 ‘시한부’였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의 운명이 대부분 그렇다. 제로베이스원도 애초 예정된 2년 6개월, 여기에 추가로 2개월을 더한 2년 8개월간 9명의 멤버가 함께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장하오·리키·김규빈·한유진이 원소속사 YH엔터테인먼트로 돌아가 ‘앤더블(And2bl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제로베이스원은 성한빈·김지웅·석매튜·김태래·박건욱 5인조로 첫걸음을 내디딘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제로베이스원은 “5인조가 된 제로베이스원을 팬들과 대중이 받아들여 주실까 걱정했다”며 “그런데 첫 무대를 하고 나서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밀리언셀러 제조기’에서 ‘자발적 결사체’로


제로베이스원의 5인 체제로의 출발은 컴백 이상의 의미다. 사실상 시즌2에 가깝다. ‘선출직 아이돌’로 출발해 ‘시한부 활동기간’을 가졌던 이들이 무수히 많은 고민을 나누며, “계속해 보자”는 합의 끝에 나온 ‘자발적 결사체’인 것이다.

석매튜는 “멤버들이랑 함께하는 게 너무 좋아서 혼자 할 생각은 없었다”며 “최대한 오래 할 수 있다면 계속하고 싶었다”고 재계약의 이유를 밝혔다. 박건욱 역시 “사람으로서도 이런 사람들이랑 계속 팀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했다”며 “다섯 명이서 활동을 준비하면서 내가 했던 선택에 대한 확신을 더 갖게 됐다”고 했다.

제로베이스원이 만든 지난 3년은 K-팝 산업사에서도 이례적인 시간이었다. 데뷔 앨범부터 6개 앨범 연속 밀리언셀러, 앨범 누적 판매량 900만 장 돌파, 정규 1집 ‘네버 세이 네버(NEVER SAY NEVER)’ 초동 151만 장, 미국 빌보드 200 차트 진입, 2023년 신인상 그랜드슬램. 컴백마다 자체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5세대 보이그룹의 좌표를 제시했다.

5인 체제로 다시 출발한 제로베이스원 [웨이크원 제공]


미니 6집 ‘어센드-(Ascend-)’를 내놓은 멤버들은 한층 단단해졌다. 소년의 얼굴을 걷어내고, 지난 시간의 성장과 성숙을 꺼냈다. 9인조 시절 쌓아온 성과를 발판 삼아 5인조로서의 새로운 도약을 선언하겠다는 의지다.

타이틀곡 ‘톱 5(TOP 5)’는 2000년대 댄스 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컨템포러리 R&B 장르다. 제로베이스원이 그간 강점으로 내세워온 ‘미스터리 청량’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했다.

석매튜는 “2000년대 음악을 많이 들어봤는데 나의 시간이 온 것 같아 너무 기대됐다”며 “장르적으로는 그루브와 R&B 요소가 가득하다. 확실히 역대 앨범 중에서 우리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난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태래는 새 키워드로 “미니멀리즘과 어른 섹시”를 내놨다.

화려한 변신보다 팀의 고유한 감성과 음색, 성장 서사에 초점을 맞춘 것이 ‘어센드-’의 전략이다. 앨범엔 ‘톱 5’를 비롯해 ‘인트로(Intro.)’, ‘브이 포 비전(V for Vision)’, 박건욱의 첫 자작곡 ‘커스터마이즈(Customize)’ 등 총 7곡이 수록됐다. 제로베이스원은 이번 앨범을 통해 본질에 집중하며, 음악적 여정을 하나의 서사로 응축했다.

박건욱은 ‘커스터마이즈’를 작업하며 멤버들의 음색과 강점을 세세하게 설계했다. 그는 성한빈의 ‘미성’, 석매튜의 ‘쫀득한 톤’ 등 멤버들의 강점을 줄줄 읊더니 “원하던 결과물이 정확히 출력됐다”며 웃었다.

부담을 발판으로 ‘5인의 연대책임’


5인 체제로의 전환이 마냥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성한빈은 “팀에 변화가 있었다 보니 다섯 멤버가 가진 장점에 대해 회의를 많이 했다”며 “퍼포먼스적으로도 5명이 한눈에 딱 보이니 강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을 많이 생각했던 게 큰 변화였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9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면서 군무에서 개개인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만큼, 각자의 역할과 책임감도 커졌다는 것이다.

박건욱은 “부담을 즐기려고 하는 편”이라며 “그런 부담감을 자극 삼아 나갈 수 있는 발판으로 삼고, 성적이나 결과에 상관없이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은 게 동일한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5명의 제로베이스원으로서 음악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 새로운 옷을 짜서 입고 있는 기분”이라고 돌아봤다.

멤버들이 짊어진 부담의 무게는 단순히 인원수 감소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제로베이스원이라는 브랜드의 가치, 지난 3년간 글로벌 팬덤과 함께 쌓아온 신뢰, 5세대 보이그룹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서 책임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성한빈은 “이 팀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부족한 점이 있으면 본인이 자진해서 다시 녹음하고, 안무 믹싱을 할 때도 우리 몸에 맞게 새로 믹싱하는 등 의견을 많이 냈다”고 했다.

5인 체제로 다시 출발한 제로베이스원 [웨이크원 제공]


지난 3월 열린 앙코르 콘서트는 9인 완전체로서의 마지막 무대이자, 5인 체제로의 전환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이었다. 무대 위에서 멤버들이 한 명씩 문을 닫고 나가는 연출은 팬들뿐 아니라 멤버들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석매튜는 당시를 회상하며 “아홉 명이 열심히 달려왔는데 이렇게 예쁜 챕터를 끊고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때부터 실감이 났다. 그 문이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성한빈은 “인생에서의 가장 큰 슬픔이었다. 그네가 내려오는데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울고 난 후 우리끼리 모였을 때는 한결 더 돈독해졌다는 걸 체감했다. ‘잘해보자, 이제 또 시작이다’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마침내 5인조로서의 첫 공식 무대인 ‘케이콘 재팬 2026)KCON JAPAN 2026)’. 성한빈은 “처음엔 고민이 많았다”며 “떨림을 이겨내고 무대를 한 뒤 반응이 좋아서 보답받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신곡 공개와 함께 샤이니의 ‘셜록’ 커버, 유닛 무대 등 다채로운 퍼포먼스로 5인조 제로베이스원의 가능성을 증명해 낸 순간이었다.

흥미롭게도 제로베이스원과 앤더블의 활동 시기가 겹쳤다. 박건욱은 “우리는 5명으로 새롭게 출발하고, 4명은 앤더블로 그들의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며 “컴백 시기가 겹치는데 선의의 경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태래는 “그 친구들을 정말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서로 작품 나오면 피드백도 해주고, 밥도 같이 먹는다”며 “그간 준비하며 쏟았던 노력을 알기 때문에 더 응원하게 된다”고 했다.

제로베이스원이 ‘어센드’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5인조로서의 생존이 아니다. 프로젝트 그룹이라는 한시적 운명을 거부하고, 지속가능한 팀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과정 그 자체다. 성한빈은 “마음 맞는 멤버들끼리 만난 게 너무 행운이고 운명적인 만남이라 가능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이름’을 넘어 ‘관계’였다.

“우리끼리 오래 활동하자, 오래 음악하자, 오래가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인간적으로 틀어지지 않는 이상 오래오래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박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