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금리부담 완화 여전히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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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의 융합을 통한 경쟁과 혁신 촉진”
10년 전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며 기대효과로 내건 화두다. 2015년 당국은 인터넷은행 도입이 한국형 핀테크 활성화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며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24년 만에 등장한 신규 은행에 대해 시장은 빅데이터와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중저신용자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메기’ 역할을 기대했다.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케이뱅크(2016년), 카카오뱅크(2017년), 토스뱅크(2021년)가 차례로 출범(본인가기준)했다.
그러나 출범 10년 차를 맞은 지금,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인터넷은행이 비대면 서비스의 편의성은 획기적으로 높였지만, 정교한 데이터를 활용해 중저신용자의 금리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중금리 구간’ 포착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은 인가 시점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사회적 책임을 부여받은 것”이라며 “비즈니스 사업자로서 수익성을 유지하면서도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려 은행 성과를 동시에 개선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중저신용자 실제로 포용했는지를 평가해야”=전문가들은 단순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만으로는 진정한 포용금융 실천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비중은 2021년 말 20% 수준에서 시작해, 매년 단계적으로 상향됐으며, 2026년까지 30% 이상을 달성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당국은 2028년 이를 35%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카카오뱅크(32.1%), 케이뱅크(32.5%), 토스뱅크(34.9%) 등 3사 모두 수치상으로는 목표를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적 팽창보다 ‘추가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추가성이란 기존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했을 차주에게 인터넷은행이 새로운 금융 기회를 제공했는지를 따지는 척도다.
단순 대출 목표 맞추기의 한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비중을 채우기 위해 사잇돌대출 같은 보증부 정책상품에 집중하거나,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 회장은 “인터넷은행의 의무는 단순한 물량 확보가 아니라, 중간 위험을 정교하게 평가하고 관리하는 역량에 맞춰 설계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탈락시키는 평가에서 발굴하는 평가로”=신용평가체계(CSS)의 근본적인 혁신이 관건이라는 제언도 이어졌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현재의 신용평가는 기본적으로 ‘탈락’시키기 위한 기법”이라며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이를 보완하려 하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체계가 놓친 두 가지, 즉 ‘현재의 상환능력’과 ‘충격 이후의 회복 가능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영업자의 경우 단순 신용점수가 아닌 매출 변동성과 상권 변화 등을 입체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역시 과거 연체 이력보다는 실질적인 소득 흐름과 상환 의지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자산 중심에서 정보 중심 금융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데이터 주권 확립을 통해 소비자가 유리한 조건을 협상할 권리를 보장하고, AI 심사의 투명성을 확보해 알고리즘에 의한 소외를 방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안신용평가로 중저신용 포용 박차=이 같은 지적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독자적인 대안신용평가모형을 앞세워 중·저신용자와 금융이력부족자(신파일러)를 위한 문턱 낮추기에 매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유통 정보와 이체 내역 등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통해 정교한 평가가 어려웠던 고객층을 발굴, 추가 공급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규모만 이미 1조원에 달한다. 케이뱅크 역시 통신·플랫폼·카드 가맹점 정보를 신용평가시스템(CSS)에 접목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잔액 중 중·저신용자 비중을 34%까지 끌어올렸다. 토스뱅크는 상환능력평가 시스템과 대안정보모형을 정교화하며 중·저신용자 특화 CSS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호원·김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