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나라’ 프랑스, 와인보다 맥주 더 많이 마셨다

건강 열풍·1∼2인 가구 증가 등 영향

와인 [타스]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맥주 소비량이 와인 소비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국제와인기구(OIV)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프랑스의 맥주 소비량이 와인보다 10만 헥토리터(1000만ℓ) 많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지난해 맥주 소비량은 2210만 헥토리터였고, 와인 소비량은 2200만 헥토리터로 집계됐다.

수백 년 동안 프랑스 문화와 정체성을 상징해온 와인이 소비 트렌드 변화 속에 맥주에 자리를 내준 셈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30여년간 인구가 약 15% 증가했지만 와인 소비는 오히려 37% 감소했다. 1인당 와인 소비량도 1960년대 연간 127ℓ에서 현재는 40ℓ 수준까지 급감했다. 소비 감소 영향으로 프랑스 포도 재배 면적 역시 최근 10년 사이 약 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 년 동안 프랑스 문화의 초석이자 프랑스인들의 정체성으로 여겨졌던 와인이 맥주에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에서 맥주 소비량이 와인을 앞지르고 있는 원인으로는 젊은 세대(Gen Z)의 맥주 선호 경향,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 1∼2인 가구 증가 등이 꼽힌다.

경제력이 부족한 Z세대는 퇴근 후 가볍게 한잔하거나 친구들과 만날 때는 와인보다 저렴한 맥주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와인 소비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알코올 맥주 판매는 지난해 12% 증가했지만, 무알코올 와인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가족 형태 변화도 와인 소비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한부모 가정과 1~2인 가구가 늘면서 여러 사람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와인을 곁들여 식사하는 문화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의 마틴 쿠베르토폰드는 “현재 프랑스 가구의 3분의 2 이상이 1~2인 가구”라며 “30분도 채 안 되는 점심시간이나 테이크아웃 식사에서는 와인이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