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⑥]‘반복되는 종합병원 공약’… 유정복, 영종 주민과의 ‘3번째 약속’

유 후보, 영종총연과 정책협의서 체결… 종합병원 유치 약속
유 후보, 민선 6·8기 8년 간 성과 전무… 구체적 로드맵 없어
공항 개항 25년째 ‘의료 사각지대 방치’ 비판
주민들 “8년 동안 못한 일을 또 공약… “이번엔 무엇이 다른가”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가 지난 15일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와 종합병원 유치가 담긴 정책협약서를 체결했다.[영종총연 제공]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공항권 영종국제도시의 인구가 14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연간 1억 명에 가까운 여객이 오가는 동북아의 대표적인 허브공항이자, 10년 연속 세계 우수공항으로 선정될 만큼 대한민국의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개항 25년이 지난 지금, 화려한 외형 뒤에 숨겨진 영종의 민낯은 차갑다. 항공 재난이나 대형 응급 상황 발생 시 국민과 여객의 생명을 지킬 종합병원 하나 없는 ‘의료 사각지대’로 방치된 지 수십 년째다.

해외 주요 국제공항들이 반경 10km 이내에 대형 종합병원을 필수적으로 배치해 재난에 대비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공항의 위상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항공 재난 및 응급 의료 대비 태세는 ‘최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8년의 시간, 성과는 제로… 말뿐인 필요성 공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종 주민들은 생명을 위협받는 극단적인 낙후성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생명 보존을 위한 ‘골든타임’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인천대교와 영종대교, 청라하늘대교를 건너 인천 내륙의 종합병원으로 가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생명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일들이 최근까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결국 정부와 인천시가 항공 재난 대비와 시민의 안전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가운데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선 9기 인천시장 3선 도전에 나선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의 ‘종합병원 유치’ 공약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유 후보는 지난 15일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영종총연)와 정책협약서를 체결하며 또다시 종합병원 유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유 후보는 이미 민선 6기(2014~2018년)와 민선 8기(2022~2026년)까지 총 8년 동안 인천시장직을 수행했으나 종합병원 유치와 관련해 그 어떤 실질적인 성과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 임기 내내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정부와 협의 중이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대학병원과의 협상 진척 상황 등을 투명하게 제시한 적이 없다.

특수목적 공공병원 제시에도 현실은 냉정

민선 7기 시정부가 추진했던 서울대병원 유치조차 민선 8기 유 시장 체제에서 동력을 잃고 중단된 상태다.

특히 유 시장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영종·강화 중심의 ‘글로벌톱텐시티’ 프로젝트에서도 종합병원의 중요성만 앙상하게 강조됐을 뿐, 구체적인 진척은 전무하다.

일각에서는 인천시가 최근 F1 그랑프리 유치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이벤트성 행정에는 행정력을 집중하면서, 정작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인프라 확충에는 미온적·소극적이라는 비판마저 쏟아내고 있다.

영종총연은 그동안 경찰병원·소방병원·보훈병원과 같은 특수목적 병원인 일명 ‘항공·해양병원’ 유치라는 대안까지 제시하며 정부와 시의 문을 두드렸으나, 현실은 냉정했다.

영종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참사를 겪으며 뼈저리게 느꼈듯이, 국가 중요 시설이 있는 국제도시에 재난 대비 종합병원을 만드는 것은 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필요성에 의한 공약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유치 모습을 보여달라”고 언급했다.

“구청장 후보보다 못하다”… 대조적인 모습

이 같은 유 후보의 소극적인 행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로 신설되는 ‘인천 영종구’의 구청장 후보들의 구체적인 행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더불어민주당 손화정 후보는 최근 청와대 경청통합수석실을 직접 방문해 ‘영종 응급의료 공백 해소 민원서’를 전달하며 범정부 차원의 결단을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안광호 후보도 인천 제2의료원 영종권 설립 추진과 종합병원 및 경제자유구역 외국의료기관 유치를 병행해 영종 의료안전망 완성 등 구체적인 단계별 이행안이 담긴 ‘영종 의료혁신 3단계 로드맵’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 유 후보 선거캠프의 총괄선대위원장이자 지역구 의원인 배준영 국회의원(2선) 역시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공항권 종합병원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유 후보와 다를바 없이 국회의원 당선 이후 2선 의정활동 내내 소극적이었다가 선거철이 임박해서야 종합병원을 다시 들고 나와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나서 시선이 곱지 않다.

공약(公約)인가 공약(空約)인가, 이번 선거가 최종 잣대

8년 동안 지키지 못한 약속을 또다시 공약으로 들고 나온 유 후보의 ‘3번째 약속’에 영종 주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공항권 영종국제도시의 종합병원 유치는 단순한 지역 민원을 넘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전 세계인과 국익을 지키는 국가적 과제다.

영종의 한 주민은 “국제공항을 자랑하기 전에 대형 재난과 응급상황에서 시민 생명을 지킬 종합병원부터 갖추는 것이 행정의 기본 책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반복된 약속만 남고 실질적 성과가 없을 경우 영종의 의료 공백 문제가 또 다시 수년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지난 8년의 재임 기간 동안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유 후보가 정책협약서를 통한 영종총연과의 약속이 과연 이번에는 어떤 ‘구체적인 방안’으로 주민들의 오랜 불신을 지워낼 수 있을지 궁금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