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 ‘뉴노멀’...원하청 충돌부터 삼성전자 성과급까지

‘노란봉투법’ 시행에 원·하청 동일 성과급 요구
‘실리 추구’에 이례적 노조 결속으로 업계 파장 예상


‘노란봉투법’ 시행에 이어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이 뇌관이 되면서 노사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노동계가 ‘갈등 상시화’ 상태를 맞았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시행에 따른 원청·하청 기업 사이의 교섭 갈등도 남아 있는 데다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이 도화선이 되면서 노사 갈등이 증폭될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이날부터 재개되는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사후조정이 결렬되면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이달 1∼5일 전면 파업을 실시한 데 이어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형태로 한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노조는 극단적 실리주의 노선을 따르고 있는 점이 이전 노조 투쟁 방식과 차별화한다.

파업을 선언한 두 노조는 모두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의 지부로, 노조 상급 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에 가입하지 않았다.

상급 단체는 전체 노동자의 연대를 강조하면서 임금 교섭 등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자기 조합원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세계적 대기업의 노조 결속력은 약한 편이지만, 삼성전자 노조 측은 이번 파업에 최대 5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른바 ‘MZ 노조’의 이익 추구 정서와 한국 대기업의 성과급 보상체계가 결합한 특이한 형태의 노사 갈등으로, 이익에 따라 모였다가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플래시몹 노조’도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바이오 업계 호황으로 회사 영업이익이 뛰어오른 만큼 그 과실을 직원들에게 높은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것이 이들 노조의 핵심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미래 투자, 사업부 간 보상 격차 확대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기업 성과를 어디까지,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로, 국내 업계 전체에 연쇄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삼성전자 노사의 막판 협상 결과에 따라 다른 사업장의 협상 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노동계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노조 간의 충돌 위험이 현실화했다

원청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뿐 아니라 노동조건에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을 할 수 있는 지위의 하청노조 교섭 요구에도 응할 의무가 생겼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법 시행 이후 지난 8일까지 약 두 달간 하청노조 1101곳이 원청 408곳을 상대로 교섭 요구를 했다. 소속 조합원 수는 15만18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아직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 사업장은 38곳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은 교섭을 회피하는 원청 사업장에 압박 투쟁을 이어가고, 오는 7월 15일에는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원하청 노조 간 성과급 갈등도 노란봉투법과 맞물려 더 확산할 수 있다.

올해부터 원청과 교섭하는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사측에 원청과 같은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협력업체인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도 성과급 지급을 원청 직원과 차별하지 말라며 SK하이닉스에 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원청의 노사가 성과급을 나눈다고 하면 원청기업의 지배력이 있는 다른 하청기업도 배분을 요구할 수 있어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비롯된 또 다른 갈등 가능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