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소음 신고, 출동 지양”…경찰청, 악성 민원에 칼 빼들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초등학교 담장에 어린이들이 쓴 운동회 개최 양해문이 붙어있다. [seoulwhi 스레드 갈무리]


앞으로 초·중·고등학교 운동회나 체육대회 도중 “시끄럽다”는 민원이 제기되더라도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최근 과도한 소음 민원으로 학교 교육 활동이 크게 위축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경찰이 일선 기조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전국 시도경찰청에 “초·중·고교 운동회 관련 단순 소음 신고에 대해서는 현장 출동을 최대한 지양하라”는 내용의 공식 업무 지시를 내렸다.

이번 조치는 인근 주민들이 운동장 소음을 이유로 112에 무분별하게 신고하거나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학생들의 축제이자 정상적인 교육 과정인 운동회가 파행을 겪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 운동장 소음과 관련해 접수된 112 신고는 총 350건에 달했다. 이 중 무려 98.6%에 달하는 345건에 대해 경찰관이 직접 현장에 출동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학교 자체 운동회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동문회 등 외부 단체가 운동장을 대여해 진행한 행사의 소음 신고까지 모두 포함됐다.

현장 경찰관들은 그동안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단순 소음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매번 출동해야 했고, 이로 인해 학교 현장과 교사들이 불필요한 위축감을 느낀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 국회에서도 “아파트 값을 올릴 때는 소위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며 선호해 놓고, 1년에 단 하루뿐인 운동회 소리를 소음 취급해 경찰을 부르는 것은 과도한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찰은 앞으로 단순 소음 신고의 경우 현장 출동 없이 전화상으로 민원을 안내하고 종결 처리할 방침이다. 다만 일시적인 행사가 아니라 동일한 곳에서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신고가 들어오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청은 이번 지침은 현장 경찰관들의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막고 일관된 대응 기준을 마련해 혼란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며 정상적인 학교 교육 활동이 민원 탓에 위축되지 않도록 비합리적인 관행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