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만 남고 ‘약속’은 없었다

트럼프-시진핑 빅딜 실종 정상회담
두 정상 모두 ‘관계안정’만 우선시
트럼프 “시진핑, 호르무즈 개방 지원 용의
이란에 무기 공급 안하겠다 약속”
중국입장 원론적…이란·대만 뇌관 여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이날 2시간 15분 가량 진행된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의지는 보여줬지만, 구체적인 협상 도출은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정상회담 후 진행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중에 동행한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중국이 수천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서도 돕겠다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에 대해 양 정상의 악수만 남고 약속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위급 인사들의 실무 협상 테이블에서도 ‘빅딜’이라 할만한 성과는 없었다. 대만 문제나 이란 전쟁 등 양측이 우선적으로 성과를 내길 바라는 의제에서는 이견도 엿보였고, 교묘히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베이징에 동행한 기업인들과 중국이 “수천억 달러(hundreds of billions of dollars)”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시 주석)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원한다. 그가 ‘어떤 식으로든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다’고 하더라”며 “그는 (이란에) 군사 장비를 주지 않을 거라고 했다. 강력하게 말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14일 회담에 이어 국빈만찬에서도 줄곧 협력과 관계 안정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완전히 양립할 수 있다”며 양국의 지향점이 공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구”라고 부르면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에게 오는 9월 24일 백악관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으나 ‘빅딜’이라 부를만한 성과는 없었다. 미국은 상품 가격 기준으로 3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철폐하고, 엔비디아 칩 수출을 승인하기로 했지만 중국의 ‘체감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 철폐 품목은 미중 투자위원회에서 검토해, 비민감 분야에만 적용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CNBC에 “세탁기나 장난감” 등을 예로 들었다. 엔비디아 칩 수출은 중국이 자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히려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려는 상황에서 나왔다. 중국은 미국산 에너지와 보잉기 구매를 내놨지만, 예상치의 절반도 안되는 구매 규모에 오히려 14일(현지시간) 보잉 주가가 4.1%나 떨어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상호 관계를 관리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싱크탱크 아시아그룹 파트너인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전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지금까지 이번 회담의 핵심 키워드는 ‘안정’”이라며 “두 정상이 향후 3년(트럼프 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내년까지는 이런 안정을 유지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만·이란 등 핵심 의제에서도 양국의 이견은 해소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회담에서 강조했지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회담 이후 NBC에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가 “주요 의제는 아니었다”며 “(대만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미국이 바라는대로 이란에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해 협상을 돕겠다는 취지를 직접 전하지는 않았다. 이번 회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아첨하는’ 태도를 보였고, 시 주석은 핵심 현안에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며 양국이 온도 차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도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