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9년 전 ‘황제의 궁전’ 이어 이번엔 ‘황제의 제단’ 동행

2017년 ‘황제 의전’과는 대비…2026년은 톈탄공원 30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톈탄공원을 방문해 대화를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9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 당시 ‘황제의 궁전’ 쯔진청(紫禁城·자금성)을 함께 찾았던 미중 정상이 이번에는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 있는 톈탄(天壇·천단) 공원을 방문했다.

14일(현지시간) 신화통신과 연합조보 등에 따르면 미중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이번 일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천단의 중심 건물인 치녠뎬(祈年殿·기년전) 부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맞이했다. 양 정상은 기념 촬영 후 함께 치녠뎬 내부를 관람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천단은 명·청 시대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역사적 장소로,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공원 운영을 중단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천단은 고대 중국의 천신 숭배와 제례 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천단의 남쪽 모서리는 직각, 북쪽 모서리는 원형으로 설계됐는데 이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중국 고대 우주관인 ‘천원지방’(天圓地方)을 반영한 것이다.

중심건물 치녠뎬은 봄에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던 곳으로, 3층 겹처마 모양 지붕으로 된 원형 건물이다. 건물 안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용·봉황 무늬의 황금빛 장식이 있는 등 곳곳에 용과 관련된 요소가 사용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톈탄공원을 방문해 대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 대통령의 톈탄 방문은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이후 51년 만이었다.

양 정상은 치녠뎬에서 천문 역법과 전각의 구조가 융합된 건축적 특징을 감상했고, 만물과 조화를 이루는 한편 하늘의 이치와 시대의 추이에 순응하는 이념을 느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2017년 베이징 중축선을 따라 구궁(故宮·쯔진청의 다른 이름)을 참관했다”면서 “톈탄과 구궁은 같은 연대로, ‘천원지방’을 뜻하며 중국인의 우주관과 처세 철학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고대 집정자들은 톈탄에서 제의를 지내며 국태민안(國泰民安·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함)과 우순풍조(雨順風調·비가 알맞게 내리고 바람이 고르게 붐)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공산당은 중화문명의 민본사상을 전승·발전시켜서 언제나 온 힘을 다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근본 목적을 견지했고, 인민의 굳은 지지를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구궁 방문은 아직까지 기억이 생생하다. 톈탄은 600여년 됐는데 여전히 우뚝 서있다”며 중국 건축과 전통 문화에 대해 평가했다.

이어 “미중 양국은 모두 위대하고 양국 국민도 위대하다”면서 “양국이 상호 이해를 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2017년 11월 8∼10일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방중 당시에는 쯔진청을 중심으로 ‘국빈 방문 플러스(+)’로 불릴 정도로 ‘황제 의전’을 제공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이번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배우자인 멜라니아 여사가 동행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공항에서 곧바로 쯔진청으로 이동했다. 시 주석 내외가 직접 미 정상 부부를 맞이한 것도 파격으로 평가됐다.

양국 정상 내외는 쯔진청 중심 건물을 관람하며 황제가 걷던 길을 함께 거닐었고, 황제를 위해 만들어진 공연장에서 3편의 경극을 관람한 뒤 만찬연을 했다.

다만 이번 톈탄 방문은 약 30분 만에 마무리돼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쯔진청에서만 반나절을 보냈던 것과 대비됐다.

미 싱크탱크 중미연구소(ICAS)의 수라브 굽타는 “이번이 국빈 방문이기는 하지만 통상적인(business-as-usual) 방문이 될 것”이라며 “짧은 체류 시간을 고려할 때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미 조지타운대 러시 도시 교수는 중국의 의전이 2017년처럼 성대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중국이 자신의 입지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회의론도 커졌다. 또 양국 관계가 어색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미중 정상은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을 앞두고 있으며, 15일에는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집무실·관저가 있는 ‘중국 권력의 심장부’ 중난하이(中南海·중남해)에서도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난하이 정원에서 시 주석과 회담 및 티타임을 갖고 오찬회의 후 미국으로 돌아가며, 오전 일정 전체가 중난하이에서 진행된다.

중국에는 외국 지도자들이 방문 시 행사를 진행하는 댜오위타이(釣魚臺·조어대) 국빈관이 있지만, 시 주석은 중국 지도부의 집무실·관저가 있어 경계가 삼엄한 중난하이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