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에 “투키디데스 함정 넘어 새로운 길 개척해야”…‘G2 경쟁’ 재부각

시진핑 “세계 새 갈림길…미중 새 대국관계 만들 수 있나”

2024년엔 바이든에 “역사적 숙명 아냐…신냉전 안돼”라며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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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14일 중국 베이징 톈탄공원에서 만나 손을 잡고 대화하고 있다. [AP=연합]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9년 만에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직접 언급하면서 주요 2개국(G2) 구도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안부 인사를 건넨 직후 곧바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했다.

시 주석은 “현재 100년 만의 변국이 더욱 빠르게 전개되고 있고 국제 정세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세계는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미·중 양국이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뛰어넘고 새로운 대국 관계의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역사와 세계, 인민이 던지는 질문이며 양국 지도자들이 함께 써 내려가야 할 시대적 답안”이라고 강조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 전쟁처럼 기존 패권국이 신흥 강대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결국 무력 충돌에 이르게 된다는 개념이다. 미·중 충돌 가능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으로 자주 거론된다.

이 개념은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토대로 정립한 것으로, 2017년 출간된 저서 ‘예정된 전쟁’을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앨리슨 교수는 지난 500년 동안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간 충돌 상황이 16차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2차례가 실제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이 17번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회담이 미국 ‘일강’ 체제에서 ‘미중 양강’ 시대로의 실질적 전환을 알리는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중국은 ‘도광양회’(칼집에 칼을 감추고 힘을 기르며 기다림)에서 벗어나 ‘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섬)에 나섰고, 미중 고위급 논의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관련한 논의도 계속 등장하는 상황이다.

시 주석은 앞서 2013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 두 대국을 수용할 수 있다”며 ‘신형 대국 관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신형 대국 관계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하기 위한 중국식 제안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미중 정상회담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국, 특히 미중은 최대한 충돌을 피해야 한다. 나는 양국이 갈등을 잘 관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전쟁과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수출통제 강화 등으로 양국의 디커플링이 심화하면서 ‘신냉전’ 관측이 힘을 얻은 상황이다.

와중에 시 주석은 2023년 당시 중국을 방문한 미국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일행을 만나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필연이 아니다. 넓은 지구는 미중이 각자 발전하고 번영하는 것을 완전히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이후 2024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투키디데스 함정은 역사적 숙명이 아니고 ‘신냉전’은 해서는 안 되고 이길 수도 없다”면서 대중국 봉쇄를 비판했다.

이처럼 그동안 미중 회담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이어가고 상호관세 등 일방주의 정책으로 국제적 비판을 받는 가운데 열린 만큼 시 주석의 발언이 더 주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