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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연일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꼭 1년 전 2640.57에 그쳤던 코스피 지수는 어느새 ‘1만피’를 넘볼 정도로 급등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허황된 구호라고 비웃던 목소리가 무색해진 요즘이다.
증시로 돈이 몰리고, 외국인 자금 유입도 이어지며 증시 호황에 따른 경제 성장 기대감도 한껏 커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증시 회복을 경기 반등의 신호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증시 호황의 체감온도는 아랫목과 윗목의 차이만큼 확연하다.
한쪽에선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기 위해 회사를 멈춰세우겠다며 투쟁을 외친다. 회사의 미래나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안중에 없는 듯 하다.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좋은 ‘볼모’일뿐이다.
다른 편을 보자. ‘폐업자 100만’ 시대에 자영업자 비중은 20% 선이 무너졌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 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00조원을 넘어섰다. 소비심리지수, 소상공인 기업경기지수는 움츠러든 내수 시장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런 와중에 선거판까지 펼쳐졌다. 내란세력 청산과 거대여당 견제의 두 아젠다가 물고 물리는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여기서도 중소기업,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민생경제 회복, 골목상권 활성화, 소상공인 보호,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같은 해묵은 레토릭만 넘쳐난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때만 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 공약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많다. 지원책은 반복되지만 시장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경기 침체가 올 때마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도 결국 중소기업과 자영업 현장이다.
한국의 중소기업 정책은 독립적인 성장 전략이라기보다 대기업 생태계를 보완하는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중소기업은 여전히 대기업 하청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원가 압박과 기술 종속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혁신기업 육성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조차 어려운 기업이 많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중소기업 문제를 국가 경제의 핵심 의제로 보기보다 경기 보완, 단기 지원 중심으로 접근해온 측면이 있다. 경기 침체 때마다 금융지원과 보조금 정책은 확대되지만, 정작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장기 전략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최근 증시 상황은 이런 양극화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물론 증시 상승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것은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건강한 경제라면 그 온기가 보다 넓게 퍼져야 한다. 몇몇 대기업의 실적과 시가총액만으로 경제 전체가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성장의 범위를 넓히는 일이다. 중소기업이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바꾸고, 자영업 역시 무조건적인 창업 장려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지역 산업 육성과 노동시장 개혁, 플랫폼 공정 경쟁 문제도 논의돼야 한다.
코스피 그래프가 상승한다고 온 국민의 삶이 동시에 나아질 순 없다. 결국 경제의 체력을 결정하는 것은 수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현장,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증시가 웃는 날에도 중소기업이 울고 있다면, 그 호황은 아직 한국 경제 전체의 호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재훈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