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10조원대 전분당 가격 담합 사건 ‘골프장 대표 모임’ 의심 [세상&]

대상 사업본부장 검찰 공소장 살펴보니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지난달 23일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전분당 및 부산물 가격 담합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검찰이 10조원대 전분·당류(전분당) 가격 담합 의혹을 받는 전분당 업체를 기소하면서 대표이사급 모임이 있었고 대표끼리 ‘골프장’에서 만나 가격 인상 필요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했다.

12일 헤럴드경제가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대상 사업본부장 김모씨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대상과 사조CPK, 삼양사 등 전분당 업체 대표들은 지난 2020년 가을께 한 골프장에서 만났다.

김씨는 2020년 11월부터 대상에서 전분당 사업을 담당하는 전분당사업본부 영업본부장으로 발령받아 근무했고, 2022년 10월 전분당사업본부 사업본부장으로 발령받아 현재까지 전분당사업과 관련된 실무 업무를 총괄하는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나희석)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16일 김씨를 구속 기소하고, 같은 달 23일 대상과 사조CPK, CJ제일제당 법인과 대표이사 등 임직원 21명과 전분당협회장 등 총 25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전분당 4사(대상, 사조CPK, CJ제일제당, 삼양사)들이 2017~2025년 국내 전분당·부산물 가격 변동 폭·시기 등을 합의해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했다고 의심한다. 삼양사는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를 통해 기소 대상에서는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공소장에 따르면 전분당 업체 대표들은 2020년 가을께 한 골프장에서 옥수수 가격과 환율 인상에 따른 전분당·부산물 가격 인상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보다 앞서 2017년 8월 한 업체가 제철 공정용 성형탄 제조에 필요한 전분 구매 입찰을 시행하자, 대상과 사조CPK, 삼양사 소속 임직원은 2017년 8월 남양주 한강변 인근에 있는 한 식당에서 만났다. 사전에 1순위 낙찰업체를 삼양사로 정하고 투찰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해 업체별 낙찰받는 물량을 나누기로 합의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해당 담합을 계기로 전분당 4사 사이 제품 가격을 사전에 협의해 결정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2018년 2월 대상 대표 A씨와 사조CPK 대표 B씨, 삼양사 소속 인물 등 ‘대표이사급’ 모임이 있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해당 모임에서 향후 시장에서 공급되는 전분당 가격을 협의해 결정하자는 가격조정 합의에 ‘의사 합치’가 이뤄졌다고 봤다.

이후 각사 임직원은 2018년 3~4월 사이 남양주 한강변 인근 한 식당에서 실수요업체와 도매점에 납품하는 전분당 가격을 인상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각 회사 팀장급 실무진들 사이 논의하고 CJ제일제당에게는 그 소속 임직원에게 합의 내용을 전달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기로 상호 합의했다.

검찰은 각사 임직원이 2018년 4~8월 대상 회의실 등에서 만나거나 2018년 5~6월 유선으로 과당 30원/kg 인상 등 실수요처와 도매점 등 전 경로에 납품하는 전분당 제품 가격 인상안을 구체화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이후 2020년 대상 대표 C씨와 사조CPK 대표 B씨, 삼양사 대표 D씨 등이 골프장에서 만났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사조CPK 임직원과 삼양사 소속 임직원은 2020년 10월 전분당협회 사무실에서 수요업체와 도매점에 납품하는 전분당 가격을 인상하고 CJ제일제당에게는 소속 임직원에게 합의 내용을 전달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기로 상호 합의했다. 검찰은 임직원들이 논의를 한 뒤 상급자인 대표에게 보고했고, 승인 이후 가격조정안을 실행했다고 했다.

검찰은 각사 관계자 음식점에서 만나 한 업체의 2021년 상반기 ‘성형탄바인더 구매 입찰’에서 3개 회사 투찰 가격과 물량을 상호 협의해 1위는 삼양사, 2위는 대상 또는 사조CPK가 되도록 하되, 최종 물량이 삼양사 45%, 대상·사조CPK는 27.5%가 되도록 낙찰 물량을 서로 간 매입해 주기로 합의했다고 의심한다.

부산물은 특성상 외국에서 수입되는 공급가격에 대응해 매월 20일에서 25일 사이 제조업체별로 공급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한 업체 구매 입찰에 전분당 제조업체 간 담합 합의에 따라 전경로 가격 담합이 구체화하면서 부산물도 합의를 통한 가격 조정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나희석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표이사급 모임에서 담합 방향이 논의됐다고 하는데 근거가 있냐’는 질문에 “여러 진술이 교차로 확인됐다. 대표급 모임 일정에 물적 증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분당 담합 사건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지난 2월 전분당 4사와 사건관계인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현재 정유사 담합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담합 조사를 아주 신속하게 대규모로 했다. 결과도 아주 잘 나왔고. 법무부에서 수사팀 포상이라도 하시라”라며 검찰을 향해 이례적 칭찬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