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기판단 개선…“반도체 호조에 회복세, 중동 변수는 부담”

반도체 중심 수출 증가세 영향 반영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와 소비 개선 흐름에 힘입어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장기화되는 중동 전쟁이 물가와 투자 심리에 부담을 주면서 경기 하방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경제동향 5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서비스업이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3월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


KDI는 지난해 11월 이후 유지해온 ‘완만한 경기 개선’이라는 표현 대신 이번에는 ‘회복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를 한층 긍정적으로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출 회복이 경기 개선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4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0%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173.5% 급증했고, 컴퓨터 품목도 515.8% 늘어나며 ICT 중심의 강한 성장세가 이어졌다.

내수 지표 역시 회복 흐름을 나타냈다. 3월 전산업생산은 서비스업과 광공업 생산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3.5% 늘었다. 전월 0.1% 증가에 이어 상승세가 이어진 것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금융·보험업 증가세에 힘입어 5.1% 확대됐다. 광공업 생산 역시 반도체 생산 호조 영향으로 3.6%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은 같은 기간 9.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 흐름도 비교적 견조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3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5.0%를 기록해 전월(4.3%)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다만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향후 경기 회복 흐름을 제약할 수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현재까지는 전쟁 영향이 실물경제 지표 전반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국제유가 상승과 투자심리 위축 가능성 등은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물가에서는 이미 일부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이는 전월 상승률인 2.2%보다 확대된 수준이다. 석유류 가격은 같은 기간 21.9% 급등했다.

KDI는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 상방 압력을 높이고 있지만 정부의 유류세 인하 확대 조치 등이 상승 폭 일부를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2%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월 2.6%, 3월 2.7%, 4월 2.9%로 점차 높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아직 석유류 가격 상승이 근원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에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KDI는 평가했다.

소비 심리도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2로 전월(107.0)보다 하락하며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왔다.

설비·건설투자 역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분야로 지목됐다. KDI는 중동 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의 설비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건설비용 상승도 향후 건설투자 회복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금융시장은 중동 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 영향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