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총파업 막아라…중노위, 절충안 마련 ‘막판 중재’

중노위안, 노사 자율합의 불발땐 제시
노조 “영업익 15%·상한 폐지 제도화”
정부, 긴급조정권 부담 속 막판 중재
“반도체 기회 놓치는 일 있어선 안돼”


삼성전자 노동조합 총파업의 마지막 분수령이 될 2차 사후조정회의가 12일 오전 열렸다. 전날 장장 11시간 30분 마라톤 협상에서도 이렇다할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노사는 이날 마지막 담판에 나선다.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왼쪽 사진) 부사장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이날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에 참석차 들어가고 있다. [연합]


중앙노동위원회가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막기 위해 사후조정 이틀째인 12일 중재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노위는 이를 바탕으로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21일 이전까지 노사 간 대화를 이어가며 막판 타협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고용노동부와 중노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노위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이어갔다. ▶관련기사 2면

중노위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회의를 오후 9시30분까지 약 11시간30분 동안 진행했지만 공개 가능한 수준의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중노위는 이날 오전까지 노사 자율 합의를 유도한 뒤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오후께 절충형 조정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기돈 조정위원은 전날 “현재 절충안을 만들고 있고 어느 정도 그림이 잡히면 내일쯤 조정안을 낼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중노위 관계자는 “워낙 큰 사안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노사가 자율 타결하면 위원회에서 굳이 조정안을 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사후조정은 이틀로 예정돼 있지만 최종 기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박정범 중노위 조정과장은 “사후조정은 일반 조정과 달리 법령상 별도의 기한 제한이 있는 절차는 아니다”라며 “노사가 원할 경우 추가 협의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현재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만큼 그 전에 조정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노위는 이날 오전까지 노사 자율 합의를 우선 유도한 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후께 절충형 조정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정안이 제시되더라도 노사 양측이 모두 동의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노조 역시 전체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야 최종 타결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제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핵심은 성과급 재원 기준과 명문화 여부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하고, 연봉의 최대 50%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는 내용을 단체협약 등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단순 약속 수준이 아니라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사측이 ‘제도화’를 경계하는 핵심 배경으로 통상임금 리스크를 꼽는다. 성과급 지급 기준이 단체협약이나 사규 형태로 고정·일률적으로 명문화될 경우 향후 통상임금 소송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대법원은 올해 초 삼성전자 TAI(목표인센티브)에 대해 통상임금성을 일부 인정하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산업계는 중노위 중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가 실제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 등으로 회사 피해 규모가 30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주주단체들은 최근 “총파업 강행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할 경우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총파업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삼성전자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대기업 노조에 밀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다른 대기업 노조로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노조가 추가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는 데 대한 국민 여론 역시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점도 정부로선 부담 요인이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카드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일정 기간 쟁의행위가 중지되고 중노위 조정 절차가 강제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삼성전자 노조 움직임에 대해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노위 중재가 노사관계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전날 “삼성전자 노사가 기술로써 세계 일류 기업으로 일구었듯이 노사관계에도 새로운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구윤철 부총리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칩을 못 구해서 전 세계가 한국에 와서 어떻게 해서든 칩을 구하려 하는 중요한 시기에 노사 불협화음이 나서 스스로 기회를 놓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현명하게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