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혼자 도망쳤냐”…목 찔리고도 여고생 구한 17세 소년 울린 악플 테러

7일 광주 광산구 신가동 한 장례식장에서 20대 남성의 흉기에 찔려 숨진 여고생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광주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여고생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은 고교생과 그의 가족이 사건 이후 이어진 악성 댓글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뉴스1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5일 오전 0시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귀가 중이던 여고생 B양(17)은 일면식도 없는 장모(24)씨가 휘두른 흉기에 공격당했다.

근처를 지나던 고교생 A(17)군은 비명을 듣고 길 건너편으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연인 간 다툼인 줄 알았지만, 곧 “살려달라”는 외침이 들렸다고 한다. A군은 “비명소리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현장에 도착한 A군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또래 여학생을 발견했다. B양은 A군을 보고 “119를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A군이 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던 순간 장씨가 다시 흉기를 들고 다가왔다.

A군은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 다른 손으로 흉기를 막으려다 손등을 크게 다쳤고, 이어 목 부위까지 두 차례 찔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의식이 흐려질 정도로 엄청난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도 범인을 밀쳐내고 현장을 벗어난 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이 칼에 찔렸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B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A군은 긴급 봉합 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으며, 현재 광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몸이 굳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여고생 흉기 살인사건이 발생한 광주 광산구 월계동 추모 현장에서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


그러나 A군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사건 직후 온라인상에 퍼진 악성 댓글이라고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당시 상황을 알지 못한 채 “남학생이 상처만 조금 입고 도망갔다”, “혼자 살겠다고 현장을 이탈했다”는 식의 비난을 쏟아냈다.

A군 아버지는 “사건이 알려진 뒤 온라인상에서 ‘남고생이 도망갔다’는 식의 댓글을 봐야 했다”며 “상처를 조금 입고 도망간 것처럼 말하는 걸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영웅처럼 봐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다만 아이가 잘못한 행동을 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들이 한 행동은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진 일이었다. 제 아들이 위축되기보다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A군은 B양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그 학생이 살았어야 했는데…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침울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양을 살해하고 A군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된 장씨는 오는 14일 신상이 공개될 예정이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는 게 재미없어 자살을 고민하다가 충동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장씨가 ‘묻지마 범죄’ 형태의 계획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두고 디지털 포렌식과 사이코패스 검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