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파’ 신성환 금통위원 “금리 인하 논하기 부담스러운 상황”

신성환 금통위원 고별 기자간담회
물가 압력 높고 불확실성도 큰 상황
연말까지 유가 고공행진시 2차 충격
원화 저평가 과도, 하향 안정화될 것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1일 오전 한은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지금은 인하를 논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성환 위원은 11일 오전 한은 별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압력이 굉장히 높고 미래 불확실성도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위원은 금통위원 중 유일한 ‘비둘기(통화정책 완화 선호)파’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약 4년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총 7번의 소수의견을 냈다. 금리 인하나 인상 반대 등 모두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신 위원은 12일 임기를 마친다.

신 위원은 “항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최우선이고, 이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며 “나름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전제하에 (인하)소수 의견을 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2%로부터 위로 멀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설사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상충하는 상황이더라도 인플레이션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향후 물가 수준은 유가 흐름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말 정도면 유가가 70달러 정도로 하향안정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이면 90달러, 또는 그보다 더 높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연말까지 고공행진하면 다른 물가에 미치는 2차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잠깐 올라갔다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생산자들도 어느 정도 이익으로 흡수할 수 있지만 오래되면 어렵다”며 “그렇게 되면 물가와 싸움이 훨씬 더 격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양극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도 내비쳤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금 10%의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이 경제 전체 ‘헤드라인 넘버(핵심 지표)’를 결정하는 상황”이라며 “70~80%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물가 압력이 높지 않을 거라고 예상되면 경제성장 부분을 차지하는 실물경제 부분을 위해 금리를 조금 완화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은 높은 저축률이 소비를 제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여러 이유로 한국의 가계 순저축률이 굉장히 높다”며 “그러다 보니 경제성장률이 높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민간소비 증가율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저축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저축 시스템을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언급했다. 신 위원은 “지금은 실물경제 흐름에서 외환 유출입에 비해 금융시장 유출입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2024년 이후 이어져 온 환율의 지속적 저평가도 결국은 금융시장 쏠림 현상이 일부 기여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왔을 때 정책당국이 어떤 수단을 추가로 강구할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원/달러 환율 수준에 대해서는 “한미 간 금리 역전 상황 때문에 원화가 평가절하되는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지금 수준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며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등에 해외 투자자금도 들어왔지만 그걸 상쇄할 정도의 해외투자 수요가 상존하고 있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신 위원은 “여러 환경이나 현재 수준 등을 보면 지금보다는 하향 안정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