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끌려가 심문 시작됐다” 이란 노벨평화상 수상자 옥중 건강악화 “의료방치 당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이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투옥 중 건강이 악화되면서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모하마디 측이 ‘의료 방치’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수감생활의 공포에 대한 그의 증언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모하마디가)이란의 악명 높은 에빈, 카르착, 잔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동료 수감자들과 방문객들이 목숨을 걸고 몰래 반출한 것”이라며 그가 곧 출간할 자서전 ‘여성은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의 일부를 단독 보도했다.

가디언이 공개한 글에서 그는 독방 생활에 대해 환기 시설조차 없었고 그나마 있는 창문은 금속판으로 덮여있었다고 설명했다. 시간의 흐름조차 알기 어려웠고 “감옥 안에선 시간 자체가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처음 며칠 동안은 신선한 공기를 쐬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내내 감방에 갇혀있었다”며 “한 남자가 감방 문을 열고 눈가리개를 씌우고 심문을 받으러 가라고 명령했을 때, 마치 낯선 행성에 발을 디딘 이방인 같았다”고 했다.

교도관이 찾아와 심문실로 가는 과정도 세세하게 묘사했다.

그는 “간수는 ‘나가기 전에 차도르와 안대를 착용해야한다’고 말했다”며 “눈가리개를 하고 차도르를 두르고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고 여자 간수를 따라갔다”고 했다.

눈가리개를 하고 심문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자 “남성 심문관이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며 “협조하면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너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고 서술했다.

이란 에빈 교도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


독방생활로 건강이 악화됐음에도 간단한 검진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는 “간단한 건강검진조차 여러 보안 및 사법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며 “내가 여러 차례 응급 상황을 겪자, 교도관들은 때때로 상부의 압력 때문에 제가 얼마나 심한 통제를 받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랜 수감 생활 덕분에 저는 의료적 방치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반대 세력을 조용히 제거하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권위주의 정권은 인간의 몸이 무너지기를 기다렸다가 도움을 주지 않거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를 방해해 죽음이 쉽게 찾아오도록 상황을 조성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디 병원으로 긴급이송, “140일 간 의료방치” 주장

[게티이미지]


가디언, AFP,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모하마디 가족이 운영하는 나르게스재단은 10일(현지시간) “지난해 12월 12일 체포 이후 140일간 의료 방치를 당했다”며 모하마디가 이날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형 집행이 일시 중단됐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교도소 의사들이 더는 관리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송됐다”고 전했다.

그는 북서부 잔잔 지역의 교도소에서 구급차로 나와 수도 테헤란 파르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마디는 이란에서 여성 인권 운동과 사형제 폐지를 위해 활동하다 14번이나 체포됐다. 여러 차례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44년형과 154대의 태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023년 수감 중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2024년 12월에도 여러 차례 건강 악화를 겪은 이후 형 집행이 일시 유예돼 석방됐지만 지난해 말 다시 체포돼 올 2월 추가로 형이 선고됐다.

54세인 모하마디는 3월, 5월 각각 심장마비 증세를 보인 것을 포함해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졌다는 우려가 커졌고, 가족들은 심장 전문의 진료 등 적절한 병원 진료를 요구해왔다.

한 변호사는 “모하마디는 수감 기간 체중이 20㎏ 줄었고 말하기조차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

모하마디는 앞서 두번 심장마비 이후에는 잔잔 교도소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았으나 이마저 엄중한 감시를 받아야 했다고 가족들은 주장했다.

재단 측은 보석금이 얼마인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