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김정관, ‘교체설’ 러트닉과 대미 투자 프로젝트 논의…1호, 내달 발표

내달 18일 투자공사 출범 맞춰 발표할 듯…최대 변수 ‘러트닉 장관 교체’
워싱턴DC에 ‘한미 조선협력센터’ 설립…에너지부 장관 면담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고위급 협의를 통해 내달 대미투자프로젝트 1호 발표에 대해 논의를 가졌다.

그러나 김 장관의 카운터파트너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억만장자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논란으로 교체설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김 장관의 이번 방문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김 장관이 6∼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를 비롯한 양국 산업·통상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김 장관은 8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나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이후 우리 측 후속 법령 제정 및 추진체계 구축 상황을 설명했다.

산업부는 “양측은 조선·에너지 등 상호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그간 논의해온 프로젝트 구상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추진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대미투자특별법은 지난해 11월 합의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첫 투자 사업인 ‘1호 프로젝트’의 공식 발표는 6월 특별법 발효 이후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출범하고 나서야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그때까지 시행령 등 하부 법령을 정비하고 미국과 투자 후보 사업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유력한 1호 프로젝트로는 미 루이지애나주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건설 프로젝트와 신규 원전 건설 같은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이번 면담을 계기로 산업부와 미 상무부는 ‘한미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워싱턴DC에 ‘한미 조선협력센터’를 연내에 설립하기로 했다.

센터는 현지 네트워크 구축, 정책 동향 공유, 양국 기업 간 협력 지원을 맡게 된다. 또한 미국 조선소 생산성 개선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도 지원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오는 2028년까지 추진되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주관하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참여한다. 올해 예산은 66억원 규모다.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금 총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된다.

그러나 대미산업협력·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러트닉 장관이 ‘엡스타인 파일’의혹과 연계돼 교체설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김 장관의 이번 미국 출장은 전략적 부재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주요 매체들은 러트닉 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각)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비공개 속기 인터뷰에서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계를 2005년에 끊었다는 종전 해명과 어긋나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2008년 유죄 판결을 받은 후, 복역 중 사망한 미국의 억만장자 금융가다.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경제 실세로, 경제뿐 아니라 국무 전반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손 역할을 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이 엡스타인 사건 관련해 의회 청문회에 불려갈 경우 정치적 폭발력은 이전 장관들보다 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의회 청문에서 망신을 당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을 3월 5일 경질했다. 엡스타인 파일 처리를 둘러싼 잡음이 가시지 않은 팸 본디 법무장관도 지난달 2일 해임했다. 이 때문에 러트닉 장관이 종전 진술과 어긋나는 답변을 한 것이 속기록으로 확인되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칼날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장관은 또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을 면담하고 한국이 추진 중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는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 협력 진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김 장관은 미 의회에서 대표적 지한파 의원으로 꼽히는 빌 해거티 테네시주 연방 상원의원과 화상 면담을 진행해 원전 협력과 디지털 이슈 등을 논의하며 대미 아웃리치 활동도 이어갔다.

산업부는 “앞으로도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는 한편 한미 산업·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주요 통상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방문을 마친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