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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장기화로 우리 농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세계 비료 해상 운송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닫히면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흔들렸고, 비료 원료 가격과 해상 운임, 환율까지 출렁였다. 농업 현장까지 그 여파가 번지면서 농자재값 상승과 농가의 경영비 부담이 가해졌다. 늘어난 생산비는 자연히 과수·채소·곡물 등 먹거리 가격 상승을 불렀다. 국제 정세의 충격이 농촌을 거쳐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로 번진 것이다.
이처럼 공급망이 흔들릴수록 자재 확보 못지않게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 중요하다. 비료 원료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 농업은 더욱 그렇다. 여기에 기후 위기로 인한 잦은 이상기상과 병해충 급증은 농업 생산 기반을 위협한다. 이런 구조적 취약점을 심화하는 또 다른 원인은 과잉 시비다. 토양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질소 비료량만 늘려 작물이 병해충에 취약해진다. 흡수되지 않은 질소는 토양과 수질에 부담이 되어 환경에도 좋지 않다. 결국, 방제를 위한 농약 사용이 늘고, 소비자의 밥상 안전에 해가 된다.
그 해법은 ‘적정 시비’다. 토양과 작물 상태에 맞춰 꼭 필요한 만큼만 양분을 공급하는 원칙으로, 데이터에 기반해 정량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토양과 작물 상태에 맞춰 꼭 필요한 만큼만 양분을 공급하는 이 방식은 영농 비용 절감, 농산물 품질 향상, 탄소 감축이라는 1석 3조의 효과를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다. 공급망이 흔들릴수록 원료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관행에 따른 과잉 시비의 한계는 분명하다. 데이터 기반의 적정 시비만이 위기 돌파의 핵심 열쇠라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도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전국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올해 토양검정 60만 건, 시비 처방 80만 건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토양검정을 받지 않은 농가도 한시적으로 지역·작물·재배면적을 입력하면 표준 비료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180만 농업인에게 ‘농업e지’를 통해 비료 처방을 안내하고, 전국 읍·면·동에도 적정 시비 권고 방송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전국 158개 액비 유통 전문 조직을 통해 가축분뇨 액비를 무상 공급하고, 화학비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살포비(1ha당 20만 원)도 보조하고 있다. 아울러, 154개 현장점검반(462명)이 직접 농가를 찾아 맞춤형 기술 컨설팅을 집중적으로 제공한다.
위기는 변화를 요구하지만, 그 변화를 먼저 받아들이는 자에게는 도약의 발판이 된다. 중동 전쟁과 기후 위기는 우리 농업의 취약점과 동시에 우리 농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이유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토양과 작물에 맞는 과학적 양분 관리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 농가의 부담은 줄고 우리 농업의 경쟁력은 강력해진다. 아울러, 비료 사용 처방서를 확인하는 작은 습관이 농가 경영 개선은 물론, 안전한 먹거리 공급과 지속 가능한 농업의 교두보임을 기억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도 현장 밀착형 기술 지원과 과학 기반 정책으로 농업·농촌·농가가 어떤 외부의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지원으로 함께하겠다.
김상경 농촌진흥청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