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 기각… 공수처, 불구속 기소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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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청사. 과천=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재판을 매개로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현직 부장판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해당 부장판사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고교 동문 변호사도 함께 기소했다.
공수처 수사2부(부장 김수환)는 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수도권 한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와 고교 동문 관계인 정모 변호사도 뇌물공여 혐의와 청탁금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전주지법 항소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며 고등학교 동문 선배인 정 변호사가 대표인 법무법인 항소심 수임 사건 21건 중 17건에서 1심과 달리 법무법인 측에 유리하게 형량을 감경하고 재판 편의 제공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김 부장판사가 배우자 바이올린 교습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2023년 5~9월 정 변호사 법인 명의 소유 상가를 약 1년간 무상으로 받아 차임 상당 1400여만원 이익을 얻고, 교습을 위한 방음시설 등 공사비 1500여만원 상당을 정 변호사에게 대납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대납 비용이 김 부장판사에게 귀속되지 않은 것으로 가장하고자 허위 합의해제 서면을 작성한 것으로 봤다. 아울러 김 부장판사가 2024년 9월 정 변호사에게 현금 300만원을 넣은 견과류 선물 상자를 건네받는 등 총 3300여만원 상당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공수처 판단이다.
공수처는 김 부장판사가 정 변호사 법무법인이 선임된 형사사건 22건을 직접 담당하며 개인 휴대전화로 190여회에 걸쳐 수시로 통화하는 등 긴밀히 접촉했고, 상당수 연락이 재판 관련 주요 경과 전후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가 판결을 예측한 듯 성공보수 조건을 추가로 약정하는 등 막대한 이익을 취득했다고 봤다.
공수처는 김 부장판사가 1심 대비 별다른 양형사유 변경이 없는데도 감형 판결을 선고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음주운전 전력과 별건 음주운전으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질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돼 징역 5개월을 선고받은 피고인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4월 김 부장판사에 대한 고발장을 받은 전북경찰청은 같은 해 5월 이첩 요청권을 행사한 공수처에 사건을 넘겼다. 공수처는 같은 해 9월부터 올해 1월 전주지법과 법무법인 사무실, 피의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벌였다.
공수처는 김 부장판사와 정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직 부장판사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된 김수천 전 부장판사 이후 10년 만이었다. 다만 법원은 지난 3월 “주된 공여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공수처는 영장 기각 이후 추가 보완수사를 벌인 뒤 이날 김 부장판사와 정 변호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역 법원 부장판사와 관내 변호사 간 유착에 따른 토착 비리 사건으로, 사안의 중대성과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고려해 이첩 요청권을 행사해 수사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앞으로도 사법부 신뢰를 해하는 부패 범죄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