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고 선박 예인 착수
트럼프 “이란 소행” 압박
정부는 신중한 기조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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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 ISNA통신이 제공한 사진에는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연합/AFP] |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사 HMM이 운용 중인 선박에 폭발과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째를 맞으며, 사고 원인 규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사고 선박을 예인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 ‘이란의 공격’을 지목하며 한국의 군사 작전 동참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고가 외교적 파장으로 번질 조짐이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는 사고가 난 중소형 벌크 화물선 ‘HMM 나무’(파나마 국적)의 화재 진압을 완료하고 인근 항구로의 예인을 추진 중이다.
사고 당시 선박에는 한국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해 총 24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선박의 정상 운행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정부는 나무호를 인근 두바이항으로 이동시켜 피해 상태를 확인하고 수리 및 원인 조사를 병행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날 강훈식 비서실장 주재로 호르무즈 해상 선박 화재 점검 회의를 열고, 선사 자체 조사와 별도로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관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를 현지에 급파하기로 했다. 예인 과정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원인 분석에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사고는 한국 시간으로 4일 오후 8시 40분께 발생했다. 미국은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선박들의 탈출을 지원하는 ‘해방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태였다.
폭발은 나무호 기관실 좌현 쪽에서 폭발 소리와 함께 시작됐고, 선원들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해 4시간가량 진화 작업을 벌였다.
사고 직후 인근 해역에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정부는 인근 우리 선박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것을 지시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는 한국 선박 26척이 있으며, 한국인 선원은 외국 국적 선박에 탄 인원을 포함해 160명이 있다.
HMM 나무호의 사고 원인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외교적 파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은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과 관련한 선박 이동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화물선 등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며 사고의 배후로 이란의 공격을 지목했다. 이어 “한국도 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
미국 주도의 ‘프로젝트 프리덤’은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약 2000척의 선박을 구출하기 위한 행보다. 이란이 중동전쟁을 계기로 해협 통행료 부과 등의 강수를 두자, 미국이 ‘프로젝트 프리덤’으로 맞서며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선박에서도 의문의 폭발 사고가 이어지면서 해상 긴장 수위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사고 원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이란의 직접 공격이 확인될 경우, 그간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선박 안전 통행을 도모해 온 정부의 외교적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의 파병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미국과 이란 그리고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오만)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