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재편 용두사미?…울산·여수 ‘게걸음’ 지속 [비즈360]

6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물적분할
9월 통합법인 출범…수직계열화 구축
울산 등 다른 단지 답보 상태 이어져
전쟁 여파·기업 간 이견 좁히기 ‘진통’
정부 “업계의 자율적인 논의 기다려”


국내 주요 석유화학공장이 밀집된 여수산업단지 모습. [여수시 제공]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 개편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 추진 중인 ‘1호’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올랐다. 반면 울산, 여수 산단 내에서는 여전히 업체 간 이견에 사업 재편이 부진한 상황이다.

대산 1호 프로젝트 급물살…9월 통합법인 출범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산공장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1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한 후, 분할신설회사와 HD현대케미칼 간 합병을 진행한다.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하고 HD현대케미칼과 통합법인을 세우는 방식의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말 양사의 대산 사업장을 통합하고 110만톤(t)규모의 롯데케미칼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을 3년간 중단하는 구조재편안을 승인했다.

현재 분할신설회사는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오는 9월 합병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충남 대산공장 임직원에게 통합법인이 출범하는 9월 전 기본급의 100%에 달하는 특별 격려금을 주고, 이후 4년간 매년 100%씩 지급하기로 했다. 인력이 대규모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통합 신설 법인에 각각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을 출자한다. 이후 합작법인 지분은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50%씩 보유하게 된다. 해당 재편을 통해 대산 공장에서는 원료 도입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구축하게 된다.

정부도 대산 석화 사업 재편에 영구채 전환과 신규 자금 공급, 나프타·원유 무관세 연장, 전기 요금 인하 등을 포함해 최대 2조1000억원 규모의 금융·세제·원가 지원 패키지를 통해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전쟁 여파·업체 간 이견에 ‘지지부진’


반면 울산 등 다른 주요 석유화학 단지에서는 재편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각 업체 간 이견 좁히기도 쉽지 않은데, 중동 전쟁 등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업계는 전쟁 여파가 본격화되며 4월부터는 석화 수출 실적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 기업 간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SK지오센트릭과 에쓰오일, 대한유화 등이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스페셜티 및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데, 에틸렌 설비 감축 규모를 둘러싼 이견이 여전하다. 에쓰오일은 오는 6월 ‘샤힌 프로젝트’의 기계적 완공 이후 내년 상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기존 설비 대비 효율이 높은 최신 설비를 감축할 필요는 없단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도 에틸렌 설비 규모가 작아 감축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여수 산업단지에서는 여수1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여수1호 재편안은 여천NCC 2·3 공장을 폐쇄하고 1공장을 롯데케미칼 여수공장과 합쳐 신설 통합법인을 만드는 구조다. 다만 여수 2호 프로젝트(LG화학·GS칼텍스)는 양사가 지배구조 문제 등을 두고 최종안 도출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정부는 강제적인 압박이 어렵다 보니 자율적인 재편만 거듭 당부하고 있다. 재편 시점이 늦어져도 별다른 불이익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울산 지역 석유화학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가 개입할 이슈라기보다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믿고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