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술값 못 내린 이유?…‘거래처 나눠먹기·가격 제한’에 과징금 2.5억원

제주주류도매업협회에 과징금 2억5600만원
정상·생존가격 설정한 뒤 할인율 상한 운영
“소주·맥주 등 주류 공급가 경쟁 활성화 기대”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제주지역 주류 도매업자들이 기존 거래처를 서로 침탈하지 못하도록 하고 판매가격 마진율·할인율 상한을 정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하다가 적발돼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주주류도매업협회의 거래처 확보 경쟁 제한 및 판매가격 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56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주류 업체 관계자가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


제주주류도매업협회는 종합주류도매업 면허를 가진 사업자 가운데 제주에 사업장을 둔 22개 업체로 구성된 단체로, 회원사의 공동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2000년 설립됐다. 통상 주류는 제조업자에서 도매업자, 소매업자를 거쳐 소비자에게 유통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협회는 2018년 내부 시행규칙을 마련해 회원사 간 기존 거래처를 보호하고 신규 거래처에 대해서만 경쟁하도록 제한했으며 정기총회와 이사회, 실무자 회의 등을 통해 이런 방침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2023년에는 신규 거래처를 먼저 확보한 업체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이른바 ‘선우거래제’를 바탕으로 분쟁조정지침을 도입해 위반 시 경고, 거래처 일정 기간 개방 등 제재 기준도 구체화했다.

출고가격, 정상가격 및 생존가격 구분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협회는 또 내부 시행규칙에 적정 판매가 유지와 덤핑 판매 금지 등의 판매가격 제한 조항을 두고 ‘정상가격’과 ‘생존가격’ 기준도 설정했다.

정상가격은 출고가격에 주류 종류별로 27.5~30%의 마진을 더한 금액이다. 생존가격은 무지원 거래 시 정상가격에서 10% 할인된 금액으로, 주류 도매업자가 소매업자와 거래하면서 대여금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정상가격을 의미한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협회는 2020년 무지원 거래 시 할인율을 정상가격의 10% 이내로 제한하기로 의결해 시행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과 가격을 부당하게 제한한 것으로, 공정거래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위반 행위별 과징금은 거래처 확보 경쟁 제한에 2200만원, 판매가격 제한에 2억3400만원이 각각 부과됐다. 향후 동일 행위 금지와 시정명령 사실을 회원사에 통지하도록 하는 조치도 내려졌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제주 지역에서 종합주류도매업을 영위하는 모든 사업자가 가입된 사업자단체의 불공정행위를 적발·시정한 것으로, 소주와 맥주 등 주류 공급가격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른 지역에서의 유사한 금지행위 예방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공정위는 “민생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상품 시장에서의 담합과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야기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