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 관건…공급 차질 악재 우려
파업 현실화시 경쟁사에 물량 뺏길 수도
삼성전자가 1분기 확정실적을 발표하면서 이제 투자업계는 삼성전자 주가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우선 노조 파업 여부가 주가 향방에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역대급 호실적을 거듭하고 있지만, 파업이 현실화되면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고, 주가 상승세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론 반도체 사업 부문의 이익 지속성이 관건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이 중장기적인 삼성전자 주가 향방을 이끌 변수로 보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초 18만9600원에서 전날 22만6000원까지 오르며 약 19% 상승했다. 증권사 목표주가(최근 3개월 평균 29만6667원)에 비해서도 아직 상승 여력은 남았다.
1분기 호실적은 이미 주가에 어느 정도 선반영된 만큼 향후 주가 추이는 반도체 호실적이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에 달렸다는 평가다. 1분기 실적에서도 디바이스솔루션(Device Solutions·DS)부문이 주도했다. DS부문은 영업이익 약 53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디바이스경험(Device eXperience·DX)부문은 약 3조원 수준에 그쳤다.
호실적이 어느 정도 예상된 이슈였다면, 최근 삼성전자 주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수는 삼성전자 노조 파업 여부다.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둘러싼 임금 협상이 중단된 가운데, 노조는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파업 참여 인원은 3만~4만명, 전체 노조의 약 30~40%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2024년 파업 당시 약 5000명, 전체의 약 15%가 참여했던 것과 비교해 규모가 크게 늘어난 수치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라인 가동이 중단되면 다시 복귀하는 데에도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파업이 실제로 진행되면 메모리 생산이 흔들리면서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D램은 3~4%, 낸드는 2~3% 정도 공급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라인이 멈췄다가 다시 돌아오는 데에도 2~3주가 더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고객사 물량 배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공급 안정성’을 기준으로 물량을 조정하는 글로벌 주요 고객사 입장에서 생산 불확실성이 커진 삼성전자 대신 경쟁사로 일부 물량을 이동할 수 있다는 위기론도 제기된다. 사태가 이같이 번질 경우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수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주가에 반영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진행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며 “전공정 및 후공정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지만 경영진이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의 이익 공유를 동의할 경우 마진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에서 우려하는 공급 차질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주가 영향도 불가피하다”며 “반도체 산업은 안정적인 공급이 핵심인데, 삼성전자가 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한다는 신호가 발생하면 수요가 TSMC 등 경쟁사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론 반도체 사업 부문의 이익 지속성이 삼성전자 주가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김 본부장은 “AI를 쓰려면 데이터를 계속 불러와야 하는데, 이제는 계산 장치(GPU·CPU) 성능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처리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결국 메모리를 얼마나 잘 공급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됐다”고 말했다. DX부문이 주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DS부문이 전체 실적을 사실상 견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HBM 전략 변화도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HBM4에서 기존 표준 기준이 아닌 주요 AI 고객 요구에 맞춰 더 빠른 속도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력 효율을 고려해 속도를 낮추는 기존 접근과 달리, 엔비디아(NVIDIA) 등 고성능 AI 반도체 고객사의 처리 속도를 맞추기 위해 성능을 우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을 포함한 메모리 제품 설계가 기존에는 표준 규격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에 맞춰 설계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HBM4에서 속도를 끌어올린 것도 이런 고객 맞춤형 설계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