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모든 변리사 ‘대한변리사회’ 의무가입 조항 헌법불합치”[세상&]

“변호사인 변리사 결사·직업의 자유 제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헤럴드DB]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모든 변리사가 단일 법정 단체인 대한변리사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정한 현행 변리사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29일 나왔다.

헌재는 이날 재판관 4(헌법불합치) 대 3(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변리사법 제11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위헌으로 판정된 법 조항을 즉각적으로 무효화하지 않는 결정을 뜻한다. 헌재는 2027년 10월 31일까지 기존 조항의 효력을 인정했다. 국회는 해당 시점까지 헌재 결정 취지를 반영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

변호사 겸 변리사인 청구인들은 지난 2018년 대한변리사회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허청(현 지식재산처)으로부터 견책의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징계처분에 대해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대한변리사회 의무 가입을 규정한 변리사법 11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2020 1월 청구했다.

변리사법 5조 1항은 ‘변리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변리사 업무를 시작하려는 때에는 지식재산처장에게 등록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11조에서는 ‘5조 1항에 따라 등록한 변리사는 변리사회에 가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 4명(김상환·김형두·정형식·오영준)은 변리사와 변호사 간 오랜 직역 분쟁을 고려할 때 “변리사회 의무가입 조항은 ‘변호사인 변리사’의 결사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3명(김복형·조한창·마은혁)은 “단일한 변리사회가 다수 변리사의 다양한 의사와 이익을 고르게 대변하기는 어려우므로 변리사는 자신이 원하는 단체에 가입할 적극적 결사의 자유를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며 일률적으로 변리사회 가입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한 “변리사 단체 가입 여부까지도 변리사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길 수 있다”고 했다.

합헌 의견을 낸 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해당 조항을 폐지하면 변리사회의 대표성과 법적 지위가 약화하고, ‘변리사의 역량 및 윤리의식 함양을 통한 산업재산권 제도 및 관련 산업의 발전 도모’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직역 간 갈등 역시 각 자격 요건 등에 관한 법률을 개선해 해결할 문제“라고 밝혔다.

청구인들을 대리해 이번 결정을 이끌어 낸 법무법인 지평의 재판소원센터장 박성철 변호사는 “동일 조항에 대해 과거 두 번이나 합헌결정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존 결정의 한계를 넘어서는 논리로 헌법재판소를 설득한 점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그는 “변호사인 변리사의 결사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구체적 세부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앞으로 입법이 개선되면 변호사들의 변리사 업무 활동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과 시민들이 다양하고 충분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결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