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범죄 자금 수시간 내 해외로…디지털자산기본법 절실” [크립토360]

과세 시행·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 맞물린 전환기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피해자 사익 보호해야


지난 22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범죄의 진화와 금융시장 대응 전략을 위한 학술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고도화되는 디지털자산 범죄에 대응할 제도와 인프라를 서둘러 정비하는 한편 피해자 보호 공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 범죄의 진화와 금융시장 대응 전략을 위한 학술 컨퍼런스’가 열렸다.

개회사를 맡은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은 복합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범죄 수법은 나날이 지능화되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과 원화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는 현실적인 정책 과제로 성큼 다가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여기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가상자산 소득 과세까지 더해지며 시장 참여자와 정책 당국 모두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며 “가상자산 과세가 시장 참여자에게 예측 가능하고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공고 이행과 국제 수사 공조를 통해서 글로벌 규범 수렴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디지털화폐 형태가 자금세탁이나 탈세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 설계 단계부터 범죄 방지 장치를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CBD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선제적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변호사는 디지털자산의 범죄가 기존 단순 기망형 범죄를 넘어 허위 사이트와 플랫폼을 결합한 대규모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개기관 없이 개인 간 직거래가 가능한 구조와 거래의 비가역성, 익명성, 초국경성 탓에 피해 회복과 수사가 모두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1년에 대략 1000건 정도의 디지털자산 범죄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전화나 SNS 같은 단일 채널을 통한 일대일 단순 기망이 많았다”며 “지금은 실제 금융기관 사이트나 거래소 사이트를 정교하게 복제한 경우도 있고 장기간에 걸친 팀미션형 사기나 로맨스 스캠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차 변호사는 특히 믹싱과 체인 호핑, 해외 거래소 및 탈중앙화 거래소 활용 등으로 범죄 자금 추적과 집행이 한층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국내에 피해자가 있더라도 범죄 관할 소재지를 특정하기 어렵고, 해외 공조와 영장 집행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자산은 수시간 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제도 개선 방향으로 특금법상 보호 범위를 넓히고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한 법적 표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이용자의 재산권 보호나 금융 거래 안정성 확보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통한 법적 표준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금법이 국가적 관리에 초점을 맞춘 법인 만큼 피해자 재산권 등 사익 보호를 직접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별도 보호 규정을 두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김태일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 이사장은 “디지털자산 범죄를 개별 사건이 아니라 ‘범죄 인프라’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자산 범죄 대응 방향과 관련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와의 공식 동결 요청 채널, 실시간 거래 모니터링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이사장은 특히 “국내는 민간과 수사기관 간 공조가 해외 주요국보다 폐쇄적인 편”이라며 국제 공조와 함께 공공·민간 협력 체계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