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담합 땐 시장서 퇴출…사업매각 포함 검토”

공정위 민생물가TF 반복 담합 근절방안
10년내 1회만 반복해도 과징금 2배 가중
‘임원 해임·영업정지·등록취소’ 제재 확대
지분매각·기업분할 등 구조적 조치도 검토
입찰 제한·손배소 강화, 고강도 제재 구축


주병기(오른쪽)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TF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반복되는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 과징금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임원해임명령, 등록·허가 취소, 영업정지 등 고강도 제재 수단의 도입을 추진한다. 사안이 중대한 경우 사업매각이나 기업분할, 지분매각 등 구조적 조치까지 검토해 ‘시장 퇴출 수준’의 제재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반복 담합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설탕·밀가루·인쇄용지 등 주요 업종에서 동일 사업자의 담합이 반복되는 등 고질적 위반이 지속되자 이를 근절하기 위해 마련됐다.

핵심은 반복 담합에 대한 경제적 제재의 대폭 강화다. 공정위는 과징금 가중 기준을 개편해 앞으로는 10년 내 1회만 담합을 반복해도 과징금을 100% 가중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5년 내 위반 횟수에 따라 10~80% 차등 가중하는 구조였다.

자진신고(리니언시) 감면 혜택도 축소된다. 현재는 담합 적발 후 5년 이내 재발 시 감면 혜택을 박탈하는데, 앞으로는 5년 이후 10년 이내 재발한 경우에도 감경 수준을 절반으로 줄인다. 예컨대 1순위 신고자의 과징금 면제는 50% 감경으로, 2순위는 25% 감경으로 낮아진다.

반복 담합의 ‘인적 고리’를 끊기 위한 제도 도입도 추진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담합을 주도한 임원에 대해 해임이나 직무정지를 요구할 수 있는 ‘임원해임명령’ 제도를 검토하기로 했다. 기업 간 인적 네트워크가 유지될 경우 담합이 재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해당 제도는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 국내 금융 관련 법령에 도입돼 있고 미국·영국·호주 등 해외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유사 업종 재취업을 제한하는 사례도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도를 설계할 예정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담합 재발을 막기 위해 내부 감시체계 구축도 의무화한다. 기업이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도입·운영하고 가격 변동 내역 등을 일정 기간 공정위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실제 최근 설탕 담합 사건에서는 3년간 설탕 가격 변동 현황을 연 2회 서면으로 보고하도록 명령한 바 있다.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강도 높은 조치도 논의된다. 공정위는 담합이 반복되는 산업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구조적 조치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해당 사업을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TF에서 “담합 등 중대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기업분할, 지분매각, 사업매각 등 강력한 구조적 조치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참여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등록·허가가 필요한 업종의 경우 담합을 반복하면 공정위 요청을 통해 관계부처가 등록 취소나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미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사업자가 9년 내 2회 이상 담합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을 경우 등록을 말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공인중개사법도 2년 내 2회 이상 담합 관련 제재를 받을 경우 중개사무소 등록 취소가 가능하다.

공공 입찰시장에서는 입찰담합뿐 아니라 가격·생산량 담합까지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상에 포함하고, 반복 담합이 적발되면 반드시 입찰을 제한하도록 제도를 바꾼다. 입찰참가자격 제한 기간도 현행 담합 주도자 1년, 단순 가담자 6개월에서 각각 6개월씩 늘려 주도자는 1년 6개월, 단순 가담자는 1년으로 확대된다.

담합에 대한 손해배상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소송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현재 위반행위 금지·중지 청구에 한정된 단체소송을 손해배상 청구까지 확대하고, 담합 피해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법원이 요청할 경우 공정위가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 검토된다.

공정위는 과징금 가중 강화와 입찰참가자격 제한 기준 개정은 상반기 중 추진하고, 자진신고 감면 축소와 임원해임명령 도입, 등록취소·영업정지 제도 등은 하반기 중 법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구조적 조치 도입 여부와 단체소송 확대 등 제도 개선도 연내 검토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