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석유 최고가격제, 3월 물가 최대 0.8%p 낮춰…국내 소비는 버티기”

KDI 중동전쟁 대응 TF 긴급 현안자료 발간
유류세 인하, 4월 물가 0.2%p 인하 전망
저소득층 에너지 부담 확대…지원 사각지대

지난 15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에 대응해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가 3월 소비자물가를 최대 0.8%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냈다는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유류세 인하 역시 4월부터 약 0.2%포인트 수준의 물가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소비는 아직 뚜렷한 위축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에너지 부담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책 대응의 정교화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발표한 ‘중동 전쟁 대응 TF 긴급 현안자료’에서 중동 전쟁 확전에 따른 유가 급등에 대응해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최근 시행된 정책 가운데서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석유 최고가격제의 단기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지난달 13일부터 2주간 시행된 1차 최고가격제는 3월 소비자물가를 0.4~0.8%포인트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제유가 반영 시차를 고려한 회귀모형을 통해 정책 미시행 시의 가상 가격을 추정하고 실제 가격과 비교한 결과로, 시차 설정에 따라 효과 추정치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3월 4주차 기준 휘발유는 리터당 약 460원, 경유 916원, 등유 552원 수준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4월부터 본격 반영되는 유류세 인하의 물가 인하 효과는 약 0.2%포인트 수준으로 예측됐다.

이는 과거 실증 분석을 토대로 한 추정이다. KDI는 2021년 11월 둘째 주 시행된 휘발유 유류세 인하 사례를 분석해 유류세가 동결된 등유를 비교군으로 설정하고 주유소 판매가격 변화를 추적한 결과 인하분(약 149.5원)이 거의 그대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정유사가 국내 판매 외에도 수출이 가능한 구조로 가격을 임의로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유류세 인하 효과가 대부분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 충격 속에도 소비는 아직 뚜렷한 둔화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KDI가 신용카드 이용액(신한카드)과 모바일 이동 데이터(SKT)를 활용해 올해 1~3월 소비를 2023~202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전체 소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세부 항목 중 음식·음료 서비스업 이용금액에서는 미약한 감소 흐름이 나타났다. 전체 이동자 수 역시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뚜렷한 감소로 보기는 어려워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게 KDI의 평가다.

가계 부담 측면에서는 취약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가계동향조사 분석 결과 소득이 낮을수록 에너지 지출 비중이 높은 ‘역진적 구조’가 확인됐으며, 동일 소득 수준에서도 기초생활보장 비수급 가구의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소득층 비수급 가구의 경제활동 참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운송용 연료비 지출이 더 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또 농업 종사 가구와 운수·물류 등 단순 노무 종사 가구에서 유가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났으며, 여름철에는 저소득층의 주거 광열비 부담이 더욱 확대되는 경향도 확인됐다.

KDI는 이에 따라 기존의 소득 기준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실제 에너지 지출 구조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체계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폭염 시기와 연계한 긴급 에너지 지원 등 계절 요인을 반영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