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난 대통령의 꼭두각시 아니다…독립적 행동 할 것”

상원 인준 청문회서 “‘자리 주면 금리 인하’ 식 발언 안해”

‘포워드 가이던스’ 폐지 예고…“‘데이터 프로젝트’로 근원 인플레 평가할 것”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 후보자가 21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는 21일(현지시간)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선호하지만, 자신은 이를 그대로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워시 후보자는 이날 연방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대통령들은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대리인이나 얼버무림 없이 매우 공개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연준의 독립성은 연준에 달려있다. 연준 지도부는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선출직 공직자들이 금리에 대한 자기 견해를 밝힌다고 해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위협받는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선출직 공직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더라도 연준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시 후보자는 앞서 상원 은행위원회에 서면으로 제출한 모두발언에서 선출직 공직자의 금리 관한 발언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말해,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을 중심으로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워시 후보자는 인준을 받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인간 꼭두각시’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나를 이 직위에 지명한 것은 영광이며, 내가 연준 의장으로 인준되면 (꼭두각시가 아닌) 독립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나를) 선택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며 “(대통령에게) ‘자리를 주면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식의 말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워시 후보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대로 금리를 1% 이하로 대폭 인하하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연준의) 많은 동료와 달리 포워드 가이던스를 믿지 않는다. 미래의 결정을 예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에둘러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란 통화정책의 경로를 사전에 안내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으로, 연준을 비롯해 한국은행 등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목표치를 웃도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시 후보자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시한 ‘현상 유지의 폭정’이라는 개념을 언급하면서 “현상 유지적 관행과 정책은 세상이 이토록 빠르게 변할 때 특히 해롭다”며 “개혁 지향적인 연준이 미국 국민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데이터가 상당히 불완전하다”며 “연준이 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새로운 이해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데이터 소스를 통해 경제의 실제 인플레이션이 어떤지 파악하는 것”이라는 말로 이어갔다.

그러면서 “우리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지표를 사용했다. 이는 (물가) 상황이 어떤지 대략 추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제는 그런 대략적 추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기저 인플레이션율’”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연준에서 첫번째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싶은 게 데이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함께 평가를 진행해 10억개의 가격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소개하며 “그중 5억1번째 가격의 변화가 바로 인플레이션”이라고 설명했다. 극단적 가격이나 일시적 변화 요인을 제거한 대규모 가격 조사의 중간값을 인플레 측정의 기준 지표로 삼겠다는 제안이다.

워시 후보자는 “물가 안정이란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정도의 물가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경제학은 물리학도 수학도 아니다”라며 “경제학에선 소수점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 집중해야 한다. 큰 문제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30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워시 후보자는 연준 이사 시절인 2011년 제2차 양적완화 정책에 반대하며 이사직에서 물러았을 정도로, 한때 통화정책에서 긴축을 지향하는 ‘매파’로 통했다. 매파는 흔히 물가안정을 지향하며, 금리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연준 의장 지명 국면에서는 들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여, 의장이 되기 위해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의 임기는 내달까지이지만 워시 후보가 상원의 인준 표결을 통과해야 취임한다. 워시 후보자의 청문회 결과와 별개로 인준 표결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공화당이 13명, 민주당이 11명인데,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의원은 파월 의장을 압박하는 수사를 중단할 때까지 후보자 인준에 반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틸리스 의원과 민주당 의원 전원이 워시 후보자 인준을 반대하면 공화당과 민주당이 12대 12 동률이어서, 인준안이 상임위를 넘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미 법무부는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됐다며 파월 의장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