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규정안, 이르면 7월 시행…엄격 사전심사 도입”

이억원 금융위원장, 공개세미나 개최
韓 중복상장 비율 11.2%…美 0.05%
“무조건 원천 금지할 사안은 아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6일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관련 거래소 규정안을 이달 내 마련해 개정 예고하고 이르면 7월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이 전문성을 제고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원천 금지될 사안은 아니다”며 ‘엄격한 사전심사’ 방식으로 정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중복상장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주요국 대비 그 비율도 여전히 크게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지배주주가 실질적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사업부문과 계열사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중복상장을 이용해 왔다”며 “영미권 국가를 살펴보면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모회사만 상장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중복상장 비율은 11.2%에 달했다. 미국(0.05%)에 비하면 220배가 넘는 수준이고, 일본(4.0%), 중국(2.4%), 대만(2.7%)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높다.

이 위원장은 “일반주주와 지배주주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는 비판을 불식하고, 우리 자본시장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문화를 조성해 가기 위해 다 함께 중지를 모을 시점”이라며 이날 세미나를 포함한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4월 중 거래소 규정안을 마련하고 개정예고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에 상반기 중 개정 절차를 완료해 이르면 7월부터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복상장 원칙금지가 원천적으로 중복상장을 막는 제도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중복상장을 제한하는 다른 국가들도 전면금지가 아닌 엄격한 사전심사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심은 목적과 효과인 만큼 중복상장이 남용되지 않도록 규율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중복상장에 대해 엄정하고 합리적인 심사기준을 도입하여 원칙금지·예외허용 기조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심사 기준에 대해서는 “‘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상장’인지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인 상장’인지를 엄격히 심사하겠다”며 “심사 강화에 더하여 제도적으로도 모회사 이사회가 자신의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충실의무를 다하도록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모회사 이사회가 중복상장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주주 보호방안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투자자와 기업, 학계·법조계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가 나와 의견을 개진했다. 우선 투자자 측은 주로 중복상장의 비대칭성이 갖는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중복상장은 지배주주가 낮은 실질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지배력을 갖도록 하고, 이는 지배주주가 비례적 주주환원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연결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기업 측은 과도한 중복상장 규제 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국내 중복상장이 불가능해지면 자회사의 해외상장이 증가해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이 위원장은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견수렴하겠다”며 “제도 시행 이후에는 기업들의 다양한 시도와 개별 심사 결과 도출되는 모범사례들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 지속적으로 보완해 기준의 구체성,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겠다”고 설명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