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자재 이미 무너졌는데” 중국산 ‘선박 보안’ 제품까지 줄줄이 국내 승인

올해 들어 한국선급서 중국산 사이버 보안 기자재 3개 승인
패권 전쟁에 ‘해양 안보’ 기술 투자 주력하는 중국
“사이버 보안까지 조선 생태계 침범” 우려 나와

[챗GPT를 이용해 생성한 이미지]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중국산 사이버 보안 기자재 업체들이 올해 들어 연이어 국내에서 기술 승인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 사이버 보안이 조선 업계 치명적인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선급(KR)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총 3곳의 중국 기업이 ‘사이버 보안’과 관련한 선박 기자재 ‘형식승인(Type Approval)’을 받았다. 형식승인이란 특정 기술이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의 규제나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필수 절차다. 즉 중국 기업이 국내에서 형식 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국내 진출을 유력하게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는 형식승인을 획득한 ▷중국 친환경 조선 기자재 업체 선루이 마린(SunRui Marine Environment Engineering)의 선박 평형수 처리 시스템 ▷산업 IT 기업 하니웰(Honeywell) 중국 법인의 자동제어장치(PLC) ▷중국 전력기기 업체 장쑤시보 전기(Jiangsu Sibo Electric)의 모니터링 시스템 3개 기자재는 모두 사이버 보안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 선박 기자재 기업들의 국내 진출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선급이 매달 승인하는 형식 승인을 비롯 제조법 승인(Manufacturing Process Approval)과 디자인 승인(Design Approval) 목록에는 매달 30~40%가량 중국 기업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과거 용접용 자재나 케이블 등 단순 기자재 위주로 승인을 받던 중국 기업들이 올해 들어선 ‘보안’ 분야로도 영역을 넓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사이버 보안 시스템이 국내 건조 선박에 적용될 경우 안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패권 전쟁을 위해 ‘해양 안보’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한국과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의 백도어(비밀 접근 통로) 우려도 산업계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는만큼 국내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 보안 기술 업체 싸이터 ‘2026 해양 사이버 위협 백서’ 발췌


실제로 국내 중소 및 대형 조선사들이 중국산 사이버 보안 기자재를 적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 시스템이라고 해서 가격 경쟁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우선 내수용 선박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해외 선주들이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산 기자재를 요구한다면 조선사들로선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선박 사이버 보안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근 주목하고 있는 주된 안보 리스크다. 국내 선박 보안 기술 기업인 싸이터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만 전 세계에서 828건의 해양 사이버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전년(408건)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나아가 조선 업계 호황에도 기자재 산업은 중국산 침투로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만큼, 사이버 보안 영역에서 보다 적극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최근 민관 합동 선박 사이버공격 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국내 기술 개발은 더딘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조선사들도 외국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