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반도체로의 영역확장…‘제지회사’ 한솔은 왜 윌테크널러지를 샀을까[중기+]

한솔제지 공장 내부 초지기 가동 모습 [한솔제지]


‘만년 제지회사 벗자’ 한솔, 10개월 새 세번째 M&A
장비가공·소재재생에 프로브카드까지 반도체 축 확대
윌테크, 삼성전자 AP·CIS용 프로브카드 핵심 협력사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한솔그룹이 비메모리 반도체 검사 핵심 부품인 프로브카드를 제조하는 윌테크놀러지를 1772억원에 인수했다. 반도체 사업 확대가 기본 골격이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 신사업을 확대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솔은 기존 제지와 전자부품이 중심 사업구도였으나 이를 반도체 장비부품 등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은 한솔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재편 신호로 받아들였다. 한솔테크닉스 주가는 인수발표 당일 상한가 마감했다.

한솔홀딩스의 자회사 한솔테크닉스는 13일 윌테크놀러지 주식 611만544주를 취득해 지분 83.37%를 확보하고, 양수금액은 1772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양수예정일은 6월 17일이다. 공시상 인수 목적은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및 수익 증대”다. 윌테크놀러지는 2001년 설립된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 검사장치 업체로, 반도체 테스트 공정에서 쓰이는 프로브카드를 주력으로 만든다.

한솔 관계자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 “그동안 한솔은 제지 회사 이미지가 강했으나 사업을 다각화 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도를 재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솔테크닉스는 2021년 말 아이원스를 인수해 반도체 장비 정밀가공·세정·코팅 사업에 진출했고, 2025년에는 오리온텍과 에스아이머트리얼즈를 인수했다. 이번에는 프로브카드까지 더하면서 장비 가공, 소재 재생, 테스트 소모품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더 두텁게 구축하게 됐다. 최근 10개월 사이 세번째 인수다.

윌테크놀러지는 삼성전자 매출비중이 큰 안정적인 알짜 기업으로 평가된다. 윌테크놀러지는 삼성전자의 프로브카드 육성 업체로 삼성의 모든 AP·CIS용 프로브카드 신제품을 개발한다. 윌테크놀러지의 삼성전자향 매출 비중은 2025년 기준 89%에 이르며, 갤럭시S 시리즈 AP용 프로브카드와 삼성전자 CIS용 프로브카드 분야에선 국내 최고라는 평가도 나온다. 윌테크놀러지의 2025년 매출은 674억원, 영업이익은 96억원, 당기순이익은 87억원이다.

윌테크놀러지는 노무현 정부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던 진대제 회장(전 삼성전자 사장)과의 인연도 있다. 진대제 회장은 지난 2008년 께 사모펀드운용사와 함께 윌테크놀러지에 투자했으며, 이후 삼성전자와의 인연 등이 계기가 되며 회사가 급성장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이규철·이윤정 체제를 거친 다음 다시 한솔그룹측에 인수 되게 됐다. 진 회장은 한 때 ‘미스터 반도체’로 불릴만큼 반도체에 애정이 깊었던 인사로 알려진다.

인수 자금 조달 방식은 한솔테크닉스가 한솔홀딩스를 대상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보통주 921만2000주를 주당 4885원에 발행해 450억원을 조달하는 구조로, 납입일은 5월 19일이다. 이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도 결의했다. 보통주 1241만4000주를 발행하고 예정 발행가는 3625원이며 조달 예정 금액은 450억75만원이다. 두 건을 합치면 총 900억원 규모로, 모두 윌테크놀러지 인수자금에 쓰인다.

한솔홀딩스도 이번 M&A에 등판했다. 한솔홀딩스는 자신이 보유한 윌테크놀러지 주식 76만5000주를 한솔테크닉스에 221억8500만원에 장외 처분하기로 했다. 동시에 한솔테크닉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67억1300만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취득 예정 주식은 461만425주다. 계열 내 윌테크놀러지 지분을 한솔테크닉스로 모으고, 지주사가 자회사 증자에 다시 참여하는 구조다. 한솔홀딩스측은 이를 ‘패키지 딜’이라고 공시했다.

한솔의 뿌리를 돌아보면 이번 반도체 베팅은 더 상징적이다. 한솔은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독립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이후 한솔의 주력 사업은 제지(한솔제지)와 전자부품(한솔테크닉스) 두 축이었다. 이번에 다시 한솔테크닉스가 윌테크놀러지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장비 가공과 소재 재생에 이어 삼성 공급망과 연결된 테스트 부품 분야까지 사업 지형을 넓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