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퇴근길 사경 헤매던 생후 50일 아기를 구했다…60년째 시민 안전 지켜온 그들 [우리동네경찰서]

대한민국 경찰의 창경 81년,
헤럴드경제는 서울의 31개 경찰서를 소개합니다.

우리동네 경찰서 (5) 서울 광진경찰서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서울 광진경찰서. 1966년 ‘동부경찰서’로 개서한 뒤 60년째 광진구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광진경찰서 제공]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인구 1000만 서울의 남과 북을 잇고, 수도권 동부 권역의 관문 역할을 하는 광진구. 구 남쪽으론 한강을 끼고 있는데 서울 시내 31곳의 경찰서 중에서 가장 많은 ‘한강 다리’를 책임진다. 영동·청담·잠실·잠실철교·올림픽·천호·광진교 등 총 7개의 교량이다. 남북축, 동서축 간선도로가 격자형으로 발달해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시민들로부터 교통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받아 개선하는 ‘서울 교통 리디자인(Re-Design)’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교통에 진심인 광진서는 이 프로젝트를 가장 앞장서서 추진하는 경찰서다.

지난 12월까지 광진서 관내에서 접수된 시민 제안은 193건으로 서울 31개 경찰서 중 가장 많았다. 교통 시설 개선(72건)과 교통 단속 등 문화 개선(54건) 관련 제안은 발 빠르게 조치됐다. 현재 남은 15건의 제안을 실현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군자역 사거리 남-북간 횡단보도가 대표적이다. 현재 이 사거리에는 남과 북을 연결하는 건널목이 없다. 230m 떨어진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하거나 지하철역을 통해 건너야 했다. 2009년부터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했으나, 차량 흐름이 나빠진다는 의견이 맞서며 미뤄지기만 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이 교통 리디자인 정책을 밀어붙이며 다시 설치 동력이 생겼고 광진서는 지역 관계기관과 긴밀히 논의하며 합의점을 찾았다. 덕분에 지역 사회의 숙원사업이었던 횡단보도를 오는 6월 설치하기로 했다.

이처럼 시민 의견에 귀 기울이고 빠르게 해결하는 광진서의 서풍은 오성훈 광진경찰서장의 치안 철학과도 닿아있다. 오 서장은 “취임 이후 일관되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강조하고 있다” 라며 “경찰이 해야 할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경찰에서 해주길 원하는 것을 찾아 우선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다.

오성훈 광진경찰서장이 서장으로서 목표와 치안 철학을 밝히고 있다. [광진경찰서 제공]


동물원도 치안 대상…동물 탈출 대응력 갖춰


광진서는 서울에서 열네 번째 경찰서로 1966년 개서했다. 당시 이름은 동부경찰서. 일찌감치 문을 연 성동경찰서와 함께 서울의 동부권 치안을 지켜 온 터줏대감이다. 2006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인구 33만명 광진구 치안을 책임진다.

광진경찰서 산하에는 10개의 지구대·파출소가 운영되고 있다. 광진서는 지난 2014년 약 50년간 운영되던 낡은 구청사를 허물고 신청사 착공에 들어갔다. 3년간 임시청사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2017년 신청사로 이사했다.

1966년 개서한 광진경찰서의 구청사. [광진경찰서 제공]


광진서 관내에는 연간 700만명이 다녀가는 어린이대공원이 있다. 실외 동물원이 관내에 있는 경찰서는 서울에서 광진서가 유일하다. 그 때문에 종종 동물이 우리를 벗어나 도심을 활보하는 사고가 터진다. 어린이대공원에서도 지난 2005년과 2023년 코끼리와 얼룩말이 탈출해 인명·재산 피해가 난 적도 있다. 동물 탈출 시 교통 차질과 대규모 인명 피해까지 우려돼 발 빠른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광진서는 동물 탈출에 대비한 훈련도 주기적으로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경찰과 소방 대원들이 합동으로 ‘어린이대공원 맹수 탈출 대비’ 훈련을 실시했다.

맹수가 탈출했을 때 기능별로 부여받은 역할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교통과는 어린이대공원 후문과 천호대로 교통 관리에 나서 교통 체증을 사전에 차단한다. 형사과에서는 동물원 폐쇄회로(CC)TV를 통해 반달곰의 이동 경로 등을 확인해 추적한다. 시민을 위협하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대응팀도 대기한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어린이대공원 동물 탈출 대비 훈련. 반달곰 역할의 직원 포획에 성공한 모습. [광진경찰서 제공]


[광진서의 얼굴들]


생후 50일 신생아 구한 황재용 경사
지난해 10월 퇴근 시간 다급한 요청이 경찰에 접수됐다. 미숙아로 태어난 생후 50일 신생아의 병원 이송을 도와달라는 아이 엄마의 절규였다.

당시 아이는 뇌 검사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아 경련과 호흡 곤란까지 겪던 상황이었다. 의정부에 사는 아이 부모는 인근에서 아이를 봐줄 병원을 찾을 수 없어 광진구 건국대병원까지 와야 했던 상황. 설상가상 119에 도움을 요청하자 관할 외 이송이 어렵다며 이송을 거부당했다.

어쩔 수 없이 자차로 꽉 막힌 퇴근 시간 잠실대교 북단에서 이동하던 부부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112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가까이 있는 경찰관을 보내 이송을 돕겠다고 했다.

황재용 경사가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진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그때 이송을 도운 경찰관이 황재용 경사다. 아이는 퇴근 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거리를 5분 만에 이동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올해로 13년 차 경찰인 황 경사는 “퇴근 시간 도로에서 신고자 위치를 찾는 게 관건이었다”며 “신고자와 통화하며 비상 깜빡이를 켜놓으라고 하는 등 차를 알아볼 수 있게 조치해 빠르게 잠실대교 북단에서 신고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실대교에서 자양사거리 쪽으로 향하는 길이 매우 막히는데 경광등, 사이렌, 마이크 등을 동원해서 퇴근 시간이면 30분 정도 걸릴 길을 5분 만에 도착했다”고 덧붙였다.

황 경사는 “시민이 112에 도움을 청할 정도면 얼마나 절박하고 간절한 상황일지 늘 생각해 왔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대상자의 입장을 생각하며 업무에 임해와서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 시간을 버텨준 아기한테 더 고맙고 앞으로 미래의 주인공이 될 아기가 조금 더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며 “그 아이가 주변에서 많은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좋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고 자란 곳 지킨다…광진구 토박이 경찰관 부부

김지민(오른쪽) 경장, 김지인 경장이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진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김지민-김지인 경장은 광진경찰서에서 이름난 경찰관 부부다. 남편 김지민 경장은 광진구에서 태어나 구의초·구의중·광양고를 졸업한 광진구 토박이다. 아내 김지인 경장도 대학생 때부터 줄곧 광진구에서 살았다.

김지민 경장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경찰관으로서 근무할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관내 지리도 잘 알고 있어 내비게이션보다 빨리 신고 위치에 가기도 한다. 취약지역 등에 대해서도 이해가 높아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진구에 쭉 살았어도 경찰관으로 근무하며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며 “건대입구에 많은 112 신고가 접수된다는 것, 범죄 취약 지역이라는 것을 새로 알았고 놀러 가기만 하던 뚝섬과 한강 변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지인 경장은 ‘무뎌지지 않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목표도 밝혔다. 수사물을 좋아해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전편을 챙겨봤다는 김 경장은 “많은 사람을 대하다 보니 대상자의 슬픔, 분노에 무뎌지는 것을 경계한다”며 “더 진심으로 대해야 제 가족 일처럼 느끼고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무뎌지지 않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경찰관 부부로서의 장점도 강조했다. 김지인 경장은 “직장 안에 ‘무조건 내 편’ 있다는 건 정말 든든하다”며 “또 남편이 선배로서 멘토 역할도 해준다는 점이 큰 장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