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 풀기도 전에 2차 추경론…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중동 장기화 변수에도 ‘시기상조’ 지적…세수 여력도 불투명


박홍근(오른쪽)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 상세 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26조2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막 집행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2차 추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재정당국은 즉각 선을 긋고 나섰다. 추경 효과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추가 재정 투입 논의가 확산되는 것은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국가채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거론되는 2차 추경론에 대해 “검토 단계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최근 “일부에서 정부가 2차 추경을 추진하는 것처럼 확대 해석하고 있다”며 “정치적 왜곡·호도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현재 논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원론적 대응 수단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재정 여건이다. 이번 1차 추경은 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성화에 따른 초과세수 전망을 활용해 국채 발행 없이 편성된 ‘예외적’ 사례다. 그러나 2차 추경이 현실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추가 재정 투입은 결국 적자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정당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중동 사태가 변수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직접적으로는 약 3개월, 간접적으로는 최대 6개월가량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쟁 장기화 여부에 따라 추가 대응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2차 추경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수 여건도 녹록지 않다. 정부는 올해 세수 목표를 이미 25조원 이상 상향 조정한 상태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낙관적 전망이 반영된 만큼 추가 세수 확보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초과세수를 활용한 지출 확대 자체도 재정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부채를 먼저 줄이는 것이 원칙”이라며 “세입 증가를 곧바로 지출 확대로 연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가부채를 늘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결국 2차 추경이 현실화될 경우, 이미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국가채무에 추가 부담을 얹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도 “국가부채는 절대 규모뿐 아니라 증가 속도도 중요하다”며 “하반기에 추가 추경으로 대응할 재정 여력이 충분한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