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거시건전성 유지되면 美로부터 독립적 통화정책 가능”

박성훈 국힘 의원 질의서에 서면답변
“평시 미국 금리 영향 축소가 일반적
자본유출입 관리 등 국내 상황 우선”



신현송(사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실효성 있게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본인이 발전시킨 ‘글로벌 금융 사이클(The global financial cycle)’ 이론이 한은의 정책적 자율성과 모순된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거시건전성 정책 등을 통해 자본 유출입을 관리하면 국내 경제 여건에 맞는 정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현송 후보자는 1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의 ‘후보자의 ‘글로벌 금융 사이클’ 이론에 따르면 한국은 사실상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인 통화 정책을 쓰기에는 제약이 큰 구조인데 한은 총재로서 어떻게 실질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할 것인지’를 묻는 질의에 서면 답변서를 제출해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금융 사이클’이란 신 후보자가 국제결제은행(BIS) 재직 시절 논문 등을 통해 이론적 토대를 발전시킨 이론이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글로벌 위험선호 경로’를 통해 신흥국의 환율·자본 유출입·신용, 그리고 자산 가격에 파급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의 금융 사이클이 동조화돼 움직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그 어떤 신흥국들의 통화정책도 미 연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

글로벌 금융 사이클 이론 전까지 교과서에서는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나라가 미국 등 선진국으로부터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 된다고 가르쳐왔다.

이른바 자유로운 자본이동, 고정환율, 독립적 통화정책 등 세 가지를 동시에 취할 수 없다는 ‘트릴레마(trilemma)’ 이론이다.

이와 달리 ‘글로벌 금융 사이클’ 이론에서는 환율이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 은행과 펀드가 달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 조달 비용이 커지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제히 신흥국에서 자금을 거둬들인다. 이때 신흥국이 독자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자본 유출이 더 빨라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환율 변동에 따라 달러가 유입되는 속도가 즉각적인 달러 유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 후보자 본인의 학문적 이론이 한은 총재로서의 정책 독립성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 후보자는 이에 대해 “미 연준 등이 급격한 금리 인상 또는 빠른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글로벌 위험선호가 빠르고 크게 바뀌는 경우에는 그 영향이 확대되지만, 평시에는 그 영향이 축소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이론적으로 글로벌 금융 사이클이 아주 강하게 작동할 경우 신흥국의 통화정책이 상당 부분 제약될 수도 있지만 이를 상시적 제약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신 후보자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환율 및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우에는 거시건전성 정책 등을 통해서도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국내 상황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안으로서 거시건전성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거시건전성 정책에서 한은이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인 데다, 금융위원회·재정경제부 등과 역할 분담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후보자는 “앞으로 총재로 임명되면 통화정책은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국내 경제여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운영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위험선호 경로 등을 통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15일 열릴 예정이다. 김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