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건넸지만, 죽이려하지는 않았다’…‘강북 모텔 살인’ 김소영 고의성 부인 [세상&]

김소영 측 “잠들 줄 알았을 뿐”
재판부 “핵심은 고의성”
유족은 편지 낭독하며 사형 촉구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김소영의 모습.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제공]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강북 모텔 약물 살인 사건’ 피고인 김소영이 첫 재판에서 약물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성은 전면 부인했다. 피해자 유족은 법정 밖에서 편지를 낭독하며 “천벌을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합의14부 오병희 부장판사는 9일 오후 살인·특수상해·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소영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김소영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출석했다. 오 부장판사가 “감기여서 마스크를 꼈냐”고 묻자 “그건 아니다”고 답했고 진술 시 마스크를 벗으라는 지시에 곧바로 마스크를 벗었다. 재판부의 신원 확인 질문에 “김소영”이라고 답한 그는 국민참여재판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김소영이 모텔과 주차장 등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이 섞인 음료를 피해자들에게 건네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9일 오후 서울북부지법 법정동 입구 앞에서 피해자 유족과 변호인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정주원 기자


이에 대해 김소영 측 변호인은 “음료를 건넨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잠들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 상해나 사망 결과를 예견하지 못했다”며 살인과 특수상해 혐의를 부인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만 인정하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을 ‘고의성’으로 짚었다. 오 부장판사는 “특수상해와 살인으로 나뉜 공소사실에서 고의의 변동 과정이 중요한 쟁점”이라며 “피고인의 동기와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사람의 내심은 직접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황을 통해 입증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과 변호인 모두에게 관련 입증을 주문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증거 인부(증거물에 대한 의견 제시) 절차도 진행됐다. 김소영 측은 피해자 진술서와 일부 수사보고서 등에 대해 대거 부동의 의견을 밝히며 향후 증인신문 중심의 공방을 예고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다음 달 10일 오후 3시30분으로 지정했다.

공판에 앞서 법정동 입구에서는 피해자 유족과 변호인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피해자의 친형은 어머니의 편지를 대신 낭독하며 “보고 싶은 막내야. 아무렇지 않게 건넨 숙취해소제 한 병에 청춘이 무너졌다”며 “팔팔한 청년이 한순간에 쓰러질 만큼의 독약을 먹였다. 천벌을 받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김소영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남언호 법률사무소 빈센트 변호사는 “피고인은 숙취해소제를 미리 준비하고 자택에서 자신이 처방받은 알약 50여정을 칼 손잡이 뒷부분 등으로 직접 빻아 가루로 만든 뒤 이를 음료에 섞어 범행 도구를 만들었다”며 “얼마나 넣어야 사람이 숨질 수 있는지까지 알아본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물 용량도 점점 늘려가며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며“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도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보여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향후 재판에서 모텔 내부 폐쇄성으로 인해 직접 증거가 부족한 만큼 약물 준비 과정과 범행 전후 행동 등 정황 증거를 통해 고의성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소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모텔 등에서 남성들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에게 상해를 입혀 기소됐다. 검찰은 김소영이 약물 용량을 늘려가며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소영은 첫 재판을 앞두고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유족 측은 “반성이 아닌 궤변에 가깝다”며 법정 최고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