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기준 모호·예외 논란 확산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 |
“A 기관장은 건물주지만 주택은 한 채라서 다주택자는 아니라며 안도하더라고요. 오히려 세종에 집 하나, 시골에 물려받은 집 하나 있는 우리 과 과장이 더 불안해한다니까요.” (세종 소재 정부부처 공무원 B씨)
세종 관가에서 ‘다주택자’ 논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 등을 원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면서다.
표면적으로는 정책 입안·보고·결재 라인에 한정된 조치지만, 관가에서는 이를 인사와 보직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전 정리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누가 언제 관련 업무를 맡게 될지 알 수 없는 데다 인사 검증에서 상징성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류 속에서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주택 보유 자체를 부담으로 보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신고와 절차 준수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보유 여부’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특히 고위직 인사를 앞둔 부처일수록 이런 긴장감은 더욱 뚜렷하다.
C 부처의 한 국장급은 “이번 국장급 인사에서도 주택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예전에는 신고만 제대로 하면 됐지만 이제는 추가 보유 자체가 부담이 된다. 능력은 기본이고, 어떻게 보이느냐도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를 모두 같은 범주로 묶어 보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재건축으로 주택이 멸실된 경우나 혼인·봉양·출퇴근으로 인한 일시적 2주택 등 이른바 ‘사정 있는 다주택’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교수·연구원 출신 장관이나 기관장 등은 상황이 더 복잡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직 수행 이후 학계 복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기존 거주지와 근무지 사이에서 주택을 쉽게 정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관급인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은 본인과 배우자 공동 명의의 경기 의왕시 아파트와 배우자 명의의 세종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의왕 아파트는 서울대 출퇴근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아파트 3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주택은 거주용, 전남 나주 빛가람동 주택은 출퇴근용,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주택은 상속 주택으로 각각 구분된다. 매각 방침을 밝혔던 상속 주택은 현재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가 내부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한 공직자는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까지 같은 범주로 묶어 ‘투기성 다주택자’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며 “개별 사정을 일일이 해명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반면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기준이 모호해져 정책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서울 아파트에 거주하며 세종시 아파트 입주권을 보유했던 공직자가 논란 끝에 서울 주택을 처분하고, 해당 주택에 전세로 거주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소한 사례가 있었다.
관가에서는 “원칙을 세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 원칙을 어디까지 예외 없이 적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말도 나온다. 양영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