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 가격 두배 ‘껑충’…LCC품은 사모펀드, 엑시트 전략 고심

코로나에 발목 잡힌 항공업계…PEF 대거 진출
선결제 현금흐름, 저점매수 등 LCC 투자 각광
티웨이·에어프레미아 투자 엑시트 사례 호평

VIG파트너스, 이스타 ‘밸류업’ 속 중동發 악재
항공유 가격 폭등 직격탄…줄줄이 ‘비상경영’
고유가·고환율 속 ‘규모의 경제’로 정면 돌파도


중동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국내 항공업계가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해 여행 수요 대폭 감소 우려가 커지며 대형 항공사(FSC)에 이어 저비용 항공사(LCC)까지 긴축 경영에 돌입하면서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1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발권장. [헤럴드 DB]



“회사 차원에서는 연료비 급증에 따른 원가 상승에 대비해 4월부로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유가 수준별 단계적 대응 조치를 즉시 시행해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자 합니다.”(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지난달 31일,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에 공지 하나가 올라오자 전사가 술렁였다.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4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긴박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외부 경영환경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중동 전쟁 여파로 항공업계의 혈액과 다름없는 항공유 가격이 치솟은 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폭등하며 원가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앞서 다른 항공사들도 전방위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저비용 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16일 가장 먼저 비상경영 체제를 시행했고, 국내 2위 규모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 25일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등은 이달 이후 수익성이 낮은 일부 노선 운항을 축소하면서 손실 최소화를 꾀하고 있다.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해’라는 말이 더는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된 지금, 항공업에 투자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고심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전쟁 장기화 시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마저 등장하면서 항공업계는 이제 비행 자체보다 생존이 절박한 처지에 몰렸다. 흔들리는 하늘길 위에서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심정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사모펀드들의 속타는 심정이다.

JKL파트너스, 티웨이 투자 3년 만에 체급 바꿔 띄우다=국내 항공업계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긴 터널을 막 빠져나와 2023년부터 억눌렸던 여객 수요는 ‘보복 소비’라는 이름으로 폭발했다. 공항은 다시 활기를 찾았고, LCC들은 회복되는 여행 수요에 맞춰 항공기를 늘리고 단거리 인기 노선을 증편하는 등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특히 PEF를 대주주로 둔 항공사들의 기세는 독보적이었다. 이들은 과감한 유상증자와 기재 확대 등을 통해 체질 개선을 단행했고, 눈에 띄는 실적 개선으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성공하며 자본시장에서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 역사를 써 내려갔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JKL파트너스의 티웨이항공 투자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던 2021년, JKL파트너스는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티웨이항공에 전격 투자했다. 당시 JKL파트너스는 전환우선주(CPS)와 유상증자 참여 등을 통해 총 1000억원 가량 자금을 수혈하며 티웨이항공의 든든한 우군이 돼 줬다.

재무적 지원뿐 아니라 경영 전반에도 적극 개입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위주의 단거리 노선에 치중했던 티웨이항공은 JKL파트너스의 주도하에 중대형 기재를 도입, 장거리 노선까지 소화하는 대형 항공사로 체질을 개선했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2022년까지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했던 티웨이항공은 2023년 약 13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탄탄해진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JKL파트너스는 투자 3년 만에 본격적인 엑시트에 나섰고, 투자 원금의 약 2배를 회수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 같은 트랙레코드는 2024년 진행된 국민연금 위탁운용사(GP) 선정 과정에서도 JKL파트너스가 높은 점수를 받는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JKL파트너스는 업황 회복 시점에 맞춰 기재 도입과 노선 다변화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했다”며 “결과적으로 항공업 투자의 수익성을 시장에 증명한 사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JC파트너스, ‘하이브리드’ 승부수…에어프레미아 흑자 성공=JC파트너스의 에어프레미아 투자 또한 자본시장 이목을 집중시킨 사례다. JC파트너스도 코로나19 직격탄으로 항공업 전반이 침체됐던 2021년, 에어프레미아에 약 522억원을 투입하면서 항공업계 투자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본격적인 도약을 위한 마중물로 유상증자를 통해 311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과감한 베팅을 이어갔다.

JC파트너스는 인수 후 ‘안정적 방어’와 ‘공격적 확장’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취했다. 우선 팬데믹으로 여객길이 막힌 특수 상황을 고려해 화물 운송 비중을 확대하며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동시에 리오프닝 국면에 맞춰 미주와 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나갔다.

전략적 판단 덕분에 에어프레미아는 2023년 흑자로 전환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증명했다. 이에 힘입어 JC파트너스도 내부수익률(IRR) 50%대에 달하는 압도적 성적표를 거두며 성공적인 엑시트를 실현했다.

업계 관계자는 “JC파트너스는 기존 대형 항공사(FSC)의 서비스와 LCC의 가격 경쟁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면서 “이런 차별화한 포지셔닝이 에어프레미아 경영 정상화의 핵심적인 발판이 됐다”고 분석했다.


PEF가 포착한 ‘항공업 필승 공식’=JKL파트너스와 JC파트너스가 각각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를 통해 괄목할 만한 수익률을 냈지만, 본질적으로 항공업 투자는 자본시장 내에서 타율이 극히 낮은 섹터로 통한다. 업계에서 “항공업에서 돈을 벌려면 운이 9할”이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대규모 자본이 상시 투입돼야 하는 장치산업인 데다 유가, 환율, 지정학적 리스크 등 운용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외부 변수가 수익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운용사가 이례적인 성공 방정식을 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저히 계산된 ‘역발상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PEF가 항공업에서 발견한 투자 매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폭발적인 현금 흐름(Cash Flow)이다. 항공업은 승객이 비행기를 타기 수개월 전부터 티켓값을 미리 지불하는 선결제 구조를 갖고 있다. 물건을 팔고 나중에 돈을 받는 일반적인 사업과 달리, 앉은 자리에서 막대한 현금을 미리 확보하는 셈이다.

일단 재무구조를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으면 마르지 않는 유동성이 공급되므로, PEF 입장에서는 이 풍부한 ‘실탄’을 활용해 부채를 상환하거나 새 비행기를 들여오는 등 기업가치를 높이는 재투자에 나서기 수월하다.

둘째는 저점 매수(Buy-low)를 통한 성장 잠재력이다.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던 위기는 역설적으로 항공 자산을 가장 낮은 가격에 매입할 ‘골든타임’을 제공했다. 항공기 리스료(대여료)가 바닥을 치던 시기에 장기 계약을 맺어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경쟁사들이 움츠러든 사이 알짜노선의 슬롯(항공기 이착륙 시간)을 선점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LCC는 FSC보다 노선 운영이 유연하다. 거대한 기단과 복잡한 환승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FSC와 다르게 LCC는 수요가 살아나는 인기 노선에 기재를 즉각 투입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가벼운 몸집’을 가졌다. 보복 소비가 터져 나오는 회복기에 누구보다 빠르고 탄력적으로 실적 반등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PEF에 투자 확신을 심어줬다.

마지막으로 산업 재편 과정에서 파생될 ‘낙수 효과’에 대한 기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공룡 항공사’ 출범이 가시화하면서,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한 알짜 노선의 운수권(운항 권리)과 슬롯 재배분이 시작됐다. 이는 중단거리 노선에 머물던 LCC가 체급을 단숨에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다. 사모펀드는 이 과정에서 피투자기업의 덩치를 키워 더 비싼 값에 되팔 수 있는 업사이드(추가 상승 여력)를 확인한 것이다.

사모펀드 딜레마…‘치솟는 비용’ 속 엑시트 평정심 유지할까=VIG파트너스 역시 이런 세 가지 필승 공식을 이스타항공에 대입하며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2023년 팬데믹 여파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던 이스타항공을 약 40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인수 직후 VIG파트너스는 1000억원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며 현금 흐름 창출을 위한 재무적 토대를 닦았다.

이어 기재 확충과 노선 확대, 화물사업 분야로 사업 다각화 등의 전략을 펼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덕분에 이스타항공의 매출액은 2023년 1467억원에서 2024년 4612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 또한 577억원에서 374억원으로 줄어들며 실적 반등의 기틀을 마련했다.

문제는 최근 중동 전쟁이 불러일으킨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다. PEF가 설계한 밸류업 청사진은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는 두 가지 악재 앞에서 멈춰섰다.

우선 치솟는 기름값이 항공사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통상 항공유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30~40%를 차지하는 만큼 수익성을 결정하는 중요 척도가 된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낮은 가격에 기름을 미리 사두는 FSC와 달리,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LCC는 유가 변동성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씩 오를 때마다 수십억원의 이익이 증발하는 구조 탓에 현재의 고유가는 유류할증료로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의 늪’까지 더해졌다. 항공업은 비행기 리스료부터 기름값, 해외 공항 이용료까지 거의 모든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산업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매출이 늘어도 원화로 환산한 비용이 더 가파르게 올라, 환전 손실을 메우는 데만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게 된다. PEF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맺은 달러 기반의 계약들이 지금과 같은 환율 상승기엔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대외 악재에도 항공업계에 투자한 PEF들은 일단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단기적인 비용 폭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체급을 키워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규모의 경제’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다.

항공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상황에 따라 세부적인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겠으나 노선 경쟁력과 기단 규모를 키워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근본적인 전략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익성이 악화하는 구간일수록 운용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충해야, 향후 업황 회복기에 이익을 극대화하고 성공적인 엑시트를 노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안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