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임신부 응급실 수용 거부 ‘뺑뺑이’…쌍둥이 1명 사망·1명 뇌손상

[헤럴드경제(대구)=김병진 기자]대구에서 조산 위기에 놓인 임신부가 수용 병원을 찾지 못해 수시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이 쌍둥이 중 한명이 숨지고 다른 한명도 중태에 빠지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오전 1시 39분께 대구 동구의 한 호텔에 머물던 임신 28주차 미국 국적 쌍둥이 임신부가 조산 징후를 보여 119에 도움을 요청, 인근 산부인과 1곳과 대구 지역 대학 병원 6곳에 연락했지만 전문의 부재와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당했다.

이에 남편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 충북 음성에서 구급차를 갈아타 신고 약 4시간 만에 분당서울대병원에 도착했지만 쌍둥이 중 한명은 숨졌고 다른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뇌 손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 대구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강력히 비판하며 정부와 대구시에 실효성 있는 공공의료 확충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 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진행 중에 대구에서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한 임신부가 4시간을 떠돌다 쌍둥이 중 한 명을 잃었다”며 “이는 지역의료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의 근본 원인은 의료 공급과 인력 양성을 오직 시장 논리에만 맡겨둔 공공의료의 부재 때문”이라며 “대구는 2차 진료 병상 밀도가 7대 광역시 중 꼴찌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 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대구시에 병원 간 이송 연계를 재설계하는 등 응급의료대책 강화를 촉구하는 한편 대구시장 출마자들에게 공공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릴 대책이 담긴 공약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