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서 가해자 징역 2년6개월 확정
민사 재판서는 “유족에 8200만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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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고(故) 전영진 씨 생전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지난 2023년 5월, 강원 속초에서 한 20대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동차 부품업체에 취업한 지 4개월만이었다.
내몰린 죽음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로 인한 사건으로 조사됐다. 청년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녹음파일 86개가 증거였다. 녹음을 시작한 이후 2개월 간 직장 선배가 퍼부은 폭언이 가득했다.
거의 매일, 일상적으로 폭언이 이어졌다. 폭언 뿐만 아니라 폭행, 협박도 있었다. 유족은 직장 선배를 상대로 책임을 물었다. 직장 선배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훈계와 지도였다고 주장했다.
유족의 공론화로 세상에 알려진 고(故) 전영진 씨의 사건이다. 법원 판단은 어땠을까.
전씨의 직장 선배 A씨는 전 씨 보다 14살이 더 많았다. 경력도 10년 이상이었다. 전씨가 일한 곳은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었다. 전씨와 A씨를 제외하면 대표와 그의 가족으로 이뤄졌다.
전씨의 선배는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했다. 전씨는 회사에서 일한 지 2개월 만에 녹음을 시작했다. 폭언·폭행·협박이 일상적으로 반복됐기 때문이었다.
2023년 3월 21일. “XXX아. 내가 니보고 알아서 하라 그랬지?”
이틀 뒤. “XX”, “XX 같은 XX가 진짜”
다음 날. “XXX가 진짜 X맞아도 정신을 못 차리네.”
1시간 뒤. “말을 하면 XXX가 이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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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YTN 캡처] |
전씨는 아플 때도 쉴 수 없었다.
“감기? XX 하고 있네”, “니가 XXX야 지금. 얼마나 XX 한가하니까 감기 걸리는 거야?”, “너는 아파도 못 쉬어, 알았어?”, “내일 오자마자 빠따 열두 대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도 일상이었다.
“XX 가르쳐주는 것도 얼마나 고마워 XXX야”, “어디 가서 인간 구실도 못하는 XX가, XX”, “XX 같은 거 데려다가 지금 사람 만드는데 X같아?”,
불과 2개월간 녹음한 폭언 녹취록이 86개였다.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폭행도 있었고, “내일 X맞을 각오를 하라”는 등 협박도 수시로 있었다.
전씨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저항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회사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전씨는 가족 등 주변에 억울함을 토로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본인이 잘못해서 혼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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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고(故) 전영진 씨 생전 모습. [유튜브 채널 YTN 캡처] |
전씨의 유족은 A씨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었다.
형사 재판에선 A씨에게 유죄가 인정됐고 징역 2년 6개월 실형이 확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훈계와 지도 명목에서 이뤄진 행동이었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사 재판 1심 재판부는 지난 2024년 4월 “이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의 극단적인 사례”라며 “A씨가 망인에게 가한 폭행과 폭언은 인권과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CCTV 영상에 나타난 망인의 모습은 A씨 앞에서 매우 위축돼 고개마저 제대로 들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막내아들이자 동생인 망인을 잃은 유족 역시 커다란 슬픔과 비통함에 빠져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A씨가 항소 및 상고했지만 감형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24년 9월, 2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이후 2개월 뒤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형사 1·2심 판결문을 근거로 전씨의 죽음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공단 서울북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전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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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헤럴드경제DB] |
유족은 A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1심 결과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지난 2024년 4월, “A씨와 회사 대표가 유족에게 1억 6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속초지원 민사1단독 박세영 판사는 지난 2월 유족 측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와 회사 대표가 공동으로 유족에게 8200만원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망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빚 독촉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미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할 정도의 채무가 전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욕설엔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고 폭언의 수위와 빈도는 망인이 자신의 삶을 비관하게 만들 정도에 이른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손해배상액은 8200만원만 인정됐다.
1심 재판부는 “망인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스트레스에 취약한 편인 기질 또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망인과 비슷한 근로자들이 항상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1심 판결에 대해 양측 모두 항소했다. 2심이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